국내 산업 전반과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지만 정부의 후속 대책이 내용 없는 `구두선'에 그치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일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정책조정조정회의를 개최한 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국내보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보완대책은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과 수산업 부분에 대해 피해를 직접 보전해주는 직불금이나 구조조정을 위한 폐업지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뿐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은 구체적인 내용이 미흡했다.
정부는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축사시설의 현대화나 축산 브랜드 육성, 우수 품종 보급, 수산설비 현대화 등을 내세웠으나 이는 그동안 소관부처별로 추진해오던 방안들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피해보전도 추후 이해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대상 품목이나 지급 요건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만 밝혀 제주 감귤 농가를 비롯해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들의 불안감을 씻지 못했다.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양민웅(69)씨는 "현재 제주농가 중 85%가 감귤을 재배하고 있고 감귤 소득이 전체 농가 소득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번 FTA로 감귤 소득이 급감하면 제주 경제의 몰락은 뻔하다"고 불안해했다.
특히 근본적인 피해보완을 위해서는 전직훈련이나 교육. 정보제공, 고품질 농수산물로의 전환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함에도 정부 정책이 피해를 직접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쪽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융자나 폐업지원 등 피해당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금전 지원을 최소화하고 대신 산업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는 컨설팅이나 지식.기술이전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 우리 경제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날 발표된 대책은 전날 권 부총리가 브리핑을 통해 밝힌 보완대책 추진방향보다 세부적으로 진전된 내용이 없어 정부가 FTA 반대여론을 의식해 내용 없는 발표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날 발표한 FTA의 영향분석에서도 `소비자 후생이 1천억원 이상 증가한다'는 장밋빛 분석은 내놓으면서도 쇠고기나 감귤 등 민감 품목의 영향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피해가 없거나 예상보다 크지않다"는 문구만 되풀이 했다.
협상이 막판까지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난항을 거듭하면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4개월에 걸친 협상기간에 피해예상 부문에 대한 시나리오를 수립한 뒤 대책을 미리 마련하고 준비했어야 했다.
정부의 안이한 태도로 볼때 앞으로 국회 비준을 앞두고 FTA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정치권과 국민을 차분하게 설득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경제선진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대책이 졸속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시간을 갖고 영향이나 소요예산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문제가 걸려있으므로 앞으로 면밀하게 분석해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