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협상 타결로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체들은 수출 전략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고,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들의 파상공세에 노출될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대책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경기·인천지역내 업체들은 한미FTA 타결의 효과를 극대화해 제2의 도약을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을 떠안고 있다. 경인지역 산업들이 한미FTA의 높은 파고를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긴급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경기지역의 대미 교역액은 215억1천900만달러로 중국(288억5천800만달러)에 이어 교역량 2위를 차지했다. 이중 수출이 106억8천7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이 108억3천200만달러를 차지해 무역수지는 1억4천500만달러 적자가 났다. 2005년에 2억8천만달러 흑자, 2004년에 14억9천7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을 상대로 하는 교역이 갈수록 '재미'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적으로 대미 수출이 431억8천400만달러, 수입이 336억5천400만달러를 기록해 95억2천900만달러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역은 적자 장사를 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FTA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이제 한미 양국의 산업은 '국경없는 전쟁'을 치르게 됐다. 양국 의회의 벽을 넘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비준을 받아낼 경우 양국의 산업은 곧바로 '적자생존'의 전쟁터에 내몰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미FTA가 발효된 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강한 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들을 감안해 키워야 할 산업은 키우고, 과감히 정리할 산업은 정리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은 한국경제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각각 다른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한미FTA 체결에 따른 대책도 고민의 틀이 달라야 한다.

경기도가 자동차와 반도체, 통신기기, 영상디스플레이, 기계류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국경제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인천은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영종지구가 국가 성장 동력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GM대우와 연계된 자동차부품과 관련된 업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천이 대미 수출과 외자유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교역규모도 지난해 수출액을 기준으로 630억달러와 160억달러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한 농업의 경우에도 원예와 축산업 등의 비중이 높은 경기도와 상대적으로 농업의 비중이 작은 인천은 상황이 다르다. 이에따라 경기도와 인천은 한미FTA 발효에 따른 대책을 놓고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각각 다르게 차근차근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양쪽이 모두 주력산업으로 갖고 있으면서 한미FTA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동차 산업, 경기도의 주력산업이지만 한미FTA의 영향을 그리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기 산업, 고품질 미국산 상품의 공세에 놓여 위기에 봉착하게될 경기지역의 화학산업, 앞으로 미국의 서비스업종과 커다란 싸움을 해야 할 인천의 서비스 산업 등이 모두 고민의 대상이다. 이같은 고민은 지방자치단체나 해당 업종 산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들 모두의 문제이며, 한국경제가 풀어가야 할 우리 국민 모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