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원 총리의 방한은 한중 수교 15주년과 `한중 교류의 해'를 맞아 지난 2000년 주룽지(朱鎔基) 총리 방한 이후 7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답보중인 북핵문제와 한미 FTA 타결에 따른 중국의 경제개방 가속화 의지 등 실질적 현안에 대한 양측간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문제와 관련, 북핵 2.13 합의에 따른 초기조치 이행 완료시기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행조치의 선행조건인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있는 북한 자금 해제 방안이 아직 완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양측의 심도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과 원 총리는 조속한 BDA 해법 마련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필수조건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과 원 총리는 북핵문제와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관계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문제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원 총리는 한미 FTA 타결 이후 한중 FTA 협상의 조속한 개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는 지난 5일 베이징(北京)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FTA를 조기에 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양국간 FTA 협상 개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에서 최대한 성의를 갖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표명하면서도 지금까지의 준비상황에 맞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하순 1차 회의를 열었던 양국간의 산.관.학 공동연구가 1년 동안 활동하도록 되어 있고, 내년 2월에 결과를 양국 정부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며 "공동연구가 지금 막 시작된 만큼 건의서를 지켜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 총리가 FTA에 대해 나름대로 말하는 부분을 경청하면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간 끊임없는 논란이 되고 있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 총리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학문적 행위로서 양국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간 셔틀항공 개설문제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좀 더 논의를 거쳐야 될 것 같다"고 말해 정상회담에서 최종 확정이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과 원 총리는 양국 해군과 공군의 핫라인 설치에 대해서도 합의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원 총리가 비록 총리이긴 하지만 중국 정치 체제상 국정 전반에 폭넓게 관여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이번 방한에서 노 대통령과 상당히 폭넓은 수준으로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경제문제 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포함한 담론성 의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누실 것"이라고 밝혔다.

   원 총리는 방한기간에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 한덕수(韓悳洙) 총리를 잇따라 면담하는 데 이어 `한중 교류의 해' 개막식에 참석하고 양국 청년대표단을 접견한 뒤 11일 저녁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