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재 (지역사회부장)
"어떻게 오셨나요?" "프라다 청약 하러 왔는데요."

뭉칫돈들은 마치 유령처럼 돈이 될만 한 곳으로 어슬렁 어슬렁 몰려 다닌다. 거대한 둑방이 무너질 때 쏟아져 나오는 급물살처럼 돈이 될만하다 싶으면 도대체 그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한꺼번에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다.

바다이야기가 극성을 부릴때는 담배연기 자욱한 도박 기계 주변에 몰려 들었고, 판교가 뜰것이다 라는 소문이 나돌자 판교 청약에 뭉칫돈들이 몰려 들었다. 참여 정부 들어서서 늘어 난 것은 '돈과 백수'라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주 FTA타결로 국민들의 관심이 온 통 그곳에 쏠려 있을 때, 인천 송도의 한 오피스텔 청약에 무려 5조2천899억원의 돈이 몰려 들었다. 그것도 3일만에 말이다. 열풍을 뛰어넘어 광풍의 수준이다. 그 이름이 더 프라우 오피스텔이다. 경쟁률로만 따질 때 기네스 북에 오를 정도의 이번 청약은 '더 프라우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불과 123실의 오피스텔 청약에 59만 7천192건이 접수돼 4천8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대행을 맡았던 농협은 이자소득만으로 수십억원을 벌었고, 뜨거운 청약 열기와 함께 프라우를 '프라다'로 알고 청약한 사람이 태반이었다는 사실에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아리다.

이번 '더 프라우'청약은 누구나 돈을 벌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었다. 20세 이상이면 세 채의 청약이 가능했고 송도 국제 신도시내 인근 오피스텔 분양가가 평당 1천만원인데 비해 이곳은 650만원에 불과했다. 당첨만 되면 평당 200만~3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안봐도 비디오다. 담보대출 규제에도 예외다. 실거래가 신고에서도 제외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매가 무한정 가능하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국의 36만명이 한푼 두푼 모았던 적금을 깨거나,대출을 받아 이 청약에 뛰어 들었다. 평수별로 500만~1천500만원까지 청약 증거금만 넣어 당첨만 된다면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거뜬히 쥐는 장사인데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교부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더 프라우는 등기대상이 아닌 분양권이기 때문에 양도세만 내버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청약과 은행창구에서 접수를 받았기 때문에 청약현장에 등장하는 그 흔한 떴다방도 없었다는 후문이다. 건교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곤 정부 합동단속반과 이제는 신물이 날 정도로 지겨운 자금추적을 하겠다는 말 뿐이다. '더 프라우'에 청약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이 고스란히 떨어지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니…. 거저 먹는 장사인데 왜 청약 하지 못했을까 후회해 봤자 이미 떠나간 버스다.

프라우 열풍은 지자체의 무분별한 분양가 규제에서 비롯됐다. 당초 건설사는 850만원의 분양가를 희망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650만원으로 강제 조정하면서 이런 사단이 일어났다. 국민들의 한탕주의 투기심리를 비난할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다. 그들이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지 정부의 이상한 주택정책으로 왜곡된 주택시장의 틈새를 기막히게 공략한 재테크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제는 오는 9월부터 실시하는 분양가 상한제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기존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더 프라우'를 보라. 기존의 아파트가 평당 2천만원에 거래되는데 바로 옆에 짓는 아파트를 평당 1천만원에 분양하라고 내리 찍어누르면 그 차액을 벌기 위해 청약현장은 송도 오피스텔의 열기를 뛰어 넘을 것이다. 수십조원의 돈이 몰려 들것이고 수십만명이 줄을 서는 장관이 연출될지도 모른다."주변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는 집값 하락은 커녕 가수요를 부추겨 주택시장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