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FTA' 환경ㆍ노동 부문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우리측에 통보해 오면서 미측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쟁점이 무엇인지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12일 환경부와 노동부 등에 따르면 미국측은 환경분야의 경우 FTA 협정문에 명시된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및 적용', `협정 이행 협의 및 분쟁해결 절차' 부분을, 노동분야는 노동권 강화 등을 주로 문제삼아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음은 미측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분야별 쟁점이다.

   ◇ 환경 =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및 적용' 부분은 환경 보호를 위한 관련 법률을 양국이 지속ㆍ반복적인 작위 또는 부작위를 통해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함으로써 양국간 무역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선언적 규정이다.

   무역 및 투자의 장려를 위해 기존의 환경 보호 수준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진다는 내용이다.

   미국측은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의무'라는 다소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을 보다 구체화시키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이 요구하는 환경법 준수 의무 구체화는 기업들의 원가 및 이윤 문제와 관련돼 있다.

   한국 기업들이 환경법을 지키지 않아 외국 기업에 비해 원가를 절감하고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기는 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외국기업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 아래 환경 보호 의무를 구체적으로 담아 위반 기업을 제재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수 있다.

   미측의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의무 구체화 요구는 `협정 이행 및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 규정과 직결된다.

   이번 협상에서는 양국이 환경법 보호 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1천500만달러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강제적 분쟁 해결절차가 신설됐다.

   말하자면 강제적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대상이 환경법의 효과적인 집행 의무 위반에 한정돼 있다는 얘기다.

   환경법의 효과적인 집행 의무란 기존의 환경보호 수준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를 의미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만 강제적 분쟁 해결 절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측은 환경법의 보호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적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대상도 매우 모호하게 돼 있기 때문에 강제적 분쟁 해결 자체가 비현실적인 규정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측은 강제적 분쟁 해결 절차 대상의 범위를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의무 위반'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 등을 넣어 대폭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측의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전달받지는 못했지만 환경법 보호 의무 규정 등이 다소 선언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불만이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이미 결론난 협상을 다시 하자는 건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 노동 = 미국 의회는 한미 FTA 체결로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자국내 노동계의 입김때문에 미 행정부가 노동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국과 노동분야 재협상에 나서라고 압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양국은 노동분야 협정문 체결 당시 노동권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 적정수준의 최저임금ㆍ근로시간 등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선언적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미측 민주당은 자국내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 ILO(국제노동기구)의 8개 핵심협약을 비준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미 행정부측에 촉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재협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ILO 핵심협약중 한국은 4개를 비준했고 미국은 2개에 불과해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선다면 오히려 미국 정부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8개 핵심협약 중 한국은 고용상 차별금지 분야의 남녀 동등보수 협약과 고용ㆍ직업상 차별금지, 아동노동 금지 분야의 취업상 최저연령과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 등 4개를 비준했으나 미국은 아동노동 금지 분야의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 결사의 자유 분야의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 등 2개만을 비준한 상태이다.

   또 ILO의 전체 협약(187개) 가운데 양국이 체결한 총 비준 협약면에서도 한국은 22개에 달하나 미국은 14개에 그치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측이 한미 FTA를 체결해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가도 의문이고 (문제를) 제기해도 수용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미국의 입장을 전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