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가 밀집한 주택가에서 주차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3일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주택가 도로 주차구획선 안에 주차면을 선점하기 위한 생수통 폐타이어 등 적치물들이 놓여 있다. /전두현기자·dhjeon@kyeongin.com
'라바콘, 폐타이어, 파라솔 의자, 폐목재, 페인트통, 20ℓ짜리 생수통…'.

얼핏 관계없을 것 같은 이 물건들은 공통점이 있다. 집 앞이나 가게 앞에 그려진 공용주차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품들이다.

수원·성남·안양 등 경기도내 지자체들의 이면도로와 주택가 골목길에서 '주차면 찜하기'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13일 오후 3시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주택가 도로. 차 두대가 엇갈려 지나갈 공간을 뺀 도로 양쪽에는 주차구획선이 그려져 있었다.

구획선 내 주차면에는 누구나 차를 세울 수 있지만 차 대신 라바콘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근 주차면에도 빈 곳은 예외없이 생수통과 의자가 자리를 찜해 놓고 있었다.

김모(40)씨는 "얼마 전 생수통을 치우고 차를 세웠더니 바로 차 빼라는 전화가 왔다"면서 "집 앞이라고 자기 차만 세운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원시뿐 아니라 도내 타 지역 주택가 도로 주차면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다보니 지난달 수원시 팔달구 매향동에선 A(36)씨가 자기 집 앞에 주차하지 말라던 B(43)씨를 때려 입건되는 등 주차관련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도내 등록차량 대수는 365만여대, 주차면은 276만4천여개로 주차장 확보율은 75% 정도다.

지난해 말 서울시가 주차면 288만4천여개를 확보, 주차면이 차량등록대수 285만6천여대를 앞지른 것과 대조적이다. 산술적으로 따져 보더라도 도내에선 80만대 이상이 주차면이 아닌 다른 곳에 주차되고 있는 셈이다.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는 성남·부천·과천·의정부·하남시에서도 인구가 밀집한 주택가 도로에선 주차면 찜하기가 일상화됐지만 단속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A시 교통지도팀 담당자는 "도로법에 의해 단속해야 하지만 적치물이 쓰레기에 가까워 현장을 잡지 않는 한 단속이 어렵다"면서 "찜하기가 잘못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주민 의식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