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유치단'은 OCA 총회가 열리는 J W 메리엇호텔 1층 로비에 홍보 부스를 만들고 막판 유치활동을 벌였다. 유치단은 'Even Onward with Incheon(인천과 함께 미래를 향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담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Incheon 2014'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휘장을 방문객에게 나눠 줬다. 이에 질세라 델리측도 인천 바로 맞은 편에 홍보 부스를 꾸리고 델리 홍보문이 적힌 하얀색 T셔츠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인천이 홍보 부스에 PDP와 대형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자 델리측도 비슷한 시설물을 급조하는 등 신경전도 치열했다.
델리는 총회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나중에 공개하기 위해 갑작스레 도시 명칭을 '델리'에서 '뉴델리'로 바꾸는 꾀를 부리기도 했다. 도시명 알파벳 순서로 PT를 진행할 경우 자신들이 인천 뒤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측은 OCA에 공식 항의했고, PT 순서는 총회 직전 추첨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15일 오후 7시(현지시간)께는 양 도시가 주최하는 대사관 만찬이 각각 열렸다. 호텔에 머물고있는 NOC 간부와 OCA 가족들을 자신들의 대사관저에 '모시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서로 실랑이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NOC·OCA 유치전은 인천의 승리로 끝났다. 인천이 연 대사관 만찬에는 일본, 홍콩 등 25개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반면 델리측엔 그보다 훨씬 적은 수가 참석한 것이다.
인천이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델리가 만만한 경쟁 상대는 아니라는 게 현지에 나가있는 유치단 생각이다.
인도 현지 언론은 최근 델리가 25개의 지지표를 확보했고 10여 표가 부동표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막판 변수는 한국의 로비력과 매표 능력이라고 인천을 견제했다.
인도 델리는 아시안게임 첫 개최국이며, 인도의 라자 란디르 싱은 지난 1991년부터 OC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 스포츠계에서 인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델리는 국제대회의 동아시아 편중론을 거론하며 인천을 공격하고 있다.
인천은 OCA가 인도 쪽으로 돌아섰다는 정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섰다. 신용석 인천아시안게임유치위원장과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은 직접 알 사바 OCA 의장을 만났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안상수 시장은 16일 쿠웨이트에 입국한 유치단을 환영하는 오찬에서 "알 사바 의장의 얘기를 빌리면 2년전에는 인천이 아무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당히 인도와 경쟁이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OCA사무총장이 인도 사람이어서 어려운 가운데 여기까지 왔다"며 "노동부·외교통상부 등 중앙부처가 지원에 나서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 시장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했다.
김정길 회장은 "내일 아침 직전까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신용석 위원장은 "내일 표결 결과를 갖고 말하겠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고 간단하게 말했다.
인천은 그러면 최후의 보루로 생각되는 '프레젠테이션'(Incheon 2014)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도 현지의 관심사항이다.
안상수 시장과 세계적인 스포츠스타인 문대성, PT 경험이 풍부한 이현정 아시안게임유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등으로 삼각편대를 구성, N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겠다는 전략이다.
안 시장은 인천의 비전과 스포츠 약소국에 대한 지원사업이 담긴 '비전(VISION) 2014'을 소개한다. 안 시장은 '비전 2014'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어공주' 최윤희, '탁구여왕' 현정화, '작은거인' 심권호 등 한국 스포츠를 빛낸 왕년의 스타들을 내세운다. 안 시장은 이 자리에서 "당신들도 이들과 같은 선수를 배출해 낼 수 있도록 인천이 돕겠다"는 말로 스포츠 약소국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예정이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동아대 교수도 PT에 참여하고, 이현정 소장은 아시안게임 추진 계획에 대해 설명한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원연설을 하고, PT 후반부에는 아시안게임 인천 지지를 당부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의 영상메시지가 상영된다.
막판 승부수가 될 PT는 인천의 비전과 아시안게임 개최 능력·계획,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을 지원하는 내용의 '비전 2014' 프로그램 소개를 담고 있다.
인천의 비전을 알리는 부분에서는 선수들이 경기하기 좋은 기후 여건과 한국의 첨단 IT기술을 부각시킨다. 각 국의 선수들과 임원들이 자국에서 가져온 휴대폰을 별도의 로밍서비스 없이 사용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OCA와 협의를 통해 각국 선수·임원들에게 숙박비를 제공하고, 국가별로 항공권을 50장씩 주겠다는 내용의 물량 공세도 펼 예정이다. 유치위는 숙박비·항공권을 지원할 경우 1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드림 프로그램'은 2014년 아시안게임을 화합과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는 아시아 약소국을 지원하고, 스포츠아카데미 과정을 인천에 개설, 지도자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이 내놓을 것은 모두 담은 이 '히든 카드'에 회원국들의 마음이 얼마나 움직일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