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과 이웃이 사라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 가운데는 영영 못돌아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행불은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때로는 가정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도내에서만 행불사건이 하루 1건 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올초의 경기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은 최근 발생한 대표적인 행불사건으로 꼽힌다.

지난 2005~2006년 2년간 전국에서 모두 2천302건이 행불사건으로 분류됐으며 이 가운데 778건이 경기도내에서 발생했다. 이는 경찰청이 국회 법사위 문병호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년간 실종자 현황 자료에서 밝혀졌다. 행불사건이란 미아·가출사건 중 관할 경찰서 형사과장이 주재하는 합동심의위원회에서 '범죄 관련성이 의심돼 수사에 착수한 사건'을 말한다. 도내에서 발생한 행불사건 가운데 12건은 미제로 남아 있으며 올초 발생한 4건의 경기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처럼 행불사건이 많은 이유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따른 가출이 늘어난데다 범죄의 빈도가 높아진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는 전국 행불자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전체의 절반 가량인 47%나 된다는 통계로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행불은 자발적인 것과 타의·강압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제발로 집을 나간 경우 일정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의문이 해소되는 경향이 있으나 타의·강압에 못이긴 행불은 대체로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납치, 살인 등 강력사건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끝내 소재 파악이 안되는 영구 미제사건도 많다. 미제 행불사건에 연루된 가족의 답답한 심정과 고통은 일반인들은 헤아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최근 2년간 발생한 행불사건 가운데 46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행불은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예방활동을 통해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지만 사건 발생뒤의 대처가 더 중요하다. 행불자가 발생했을 경우 발빠르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사건해결 가능성도 그만큼 쉽고 빨라질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가 없어진다면 가족과 지인들은 즉각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 경찰도 조직내에 행불사건을 전담할 기구를 설치하는 등 늘어나는 행불사건에 적극 대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