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망인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SOC)이라는 측면에서 고속도로 건설은 국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나 초기 투자자본에 대한 정부의 부담과 건설경기의 둔화에 따른 건설사의 위기의식이 서로 맞아떨어져 민자고속도로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제2외곽·제2경부 열쇠는 민간자본=제2외곽 순환고속도로는 서울을 중심축으로 반경 40~50㎞를 원형으로 감싸는 형태로 설계된다. 이는 서울 반경 20~30㎞에 놓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신규 택지개발 등으로 수도권 도심의 확장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제1·2기 신도시로 불리는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성남 분당, 군포 산본, 안양 평촌 등이 위치한 지점은 서울에서 20~30㎞ 지점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중이거나 계획단계에 있는 화성 동탄, 남양주 평내·토평·별내, 파주 운정, 평택 평화도시, 양주 옥정·회천, 김포 양촌 등 이른바 제3기 신도시는 서울 일핵 구조를 너머 40~50㎞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만으로는 미래 교통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대한민국 교통·물류의 척추인 경부고속도로 또한 한계점에 이른지 오래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은 주말·휴일을 가리지 않고 연중 상습정체다.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의 당위성이 대두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또한 최근 글로벌 경제중심이 국가적 차원에서 탈국가적 지역경제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환황해권역만 보더라도 중국의 베이징권, 일본의 도쿄권 등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베이징시가 5개의 순환고속도로망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 6환 고속도로망 구축에 뛰어든 것도 지역경제권의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이해된다.

◇유료도로 밟지 않고 수도권 통과 못한다=유료도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귀결되고 있다. 현재 건설중이거나 검토중인 유료도로만 고려하더라도 수도권에서 민자 유료도로를 타지 않고 승용차를 운행하기는 여간해서는 힘들 전망이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 이외에도 수많은 민자도로들이 경기도를 거미줄처럼 옭아 맬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가 추진중인 민자도로만 일산대교, 제3경인고속도로, 학의~고기리 고속도로, 서수원~의왕 도로 등 4개 구간이다. 또 건교부 승인으로 현재 공사중인 구간도 일산~퇴계원, 서울~춘천, 인천대교, 용인~서울 등 4개다.

협상중이거나 공고 절차가 진행중인 사업도 평택~시흥, 제2영동, 광명~서울 등 9개 노선이고, 제안 절차를 밟고 있는 노선도 8개에 이른다. 또 향후 민간제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도 송도~화성, 동두천~수동 등 최소 7개다.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현재 수도권에서 운영중인 12개의 유료도로 이외에 향후 10여년간 최대 33개의 유료고속도로가 추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부담은 시민이 진다=민자고속도로는 사업추진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정부재정사업으로만 맡길 경우 예산부담 및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허송세월을 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자도로는 시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도로는 공공재다. 사유재산이 아닌 만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건설하는 것이 기본이다. 국가 재정사업으로 갈 경우 비록 유료도로라 하더라도 일반 민자 유료도로보다 훨씬 저렴한 통행료를 매길 수 있다.

반면 민자사업의 경우 민간 건설사가 투입하는 도로건설비(일부 토지보상비 포함)가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전가됨에 따라 국가 고속도로보다 훨씬 높은 통행료를 징수한다.

또 민자 유료도로 사업승인의 전제조건이 대체도로의 확보이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 민자도로가 우후죽순 늘어날 경우 이러한 공식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유료도로가 몇개 안될때는 일반 국도로 우회할 여지가 있으나 수도권에만 40개가 넘는 민자유료도로가 깔릴 경우 이를 피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