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법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매장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그러나 각종 개발사업과 맞물려 문화재 발굴 관련법이 초법적인 존재로 군림하며 각종 잡음과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택지개발이 집중되는 수도권지역내 문화재 발굴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대책 등을 긴급 진단했다. <편집자주>

 
 
  ▲ 9일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아파트단지조성공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용인시 기흥구 서천택지개발지구에서 문화재 발굴단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주택공사가 추진중인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농서동 일원 서천 택지개발지구 현장.

35만여평의 사업부지는 영통 택지지구와 수원 망포동, 화성 신영통 민간택지단지 등 대규모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채 이미 보상이 다 끝나 폐가들과 초목들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지난 2001년 9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이듬해인 2002년 12월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승인절차가 모두 끝나고 본격적인 착공에 나섰으나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지표조사와 시굴조사, 발굴조사로 아직까지 단지 조성 공사 착공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택지지구에서 빠진 이 일대 원주민들과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도대체 언제 개발되냐. 동탄신도시에서 서천지구를 거쳐 영통지구로 이어지는 도로개설구간 마저 착공을 못해 차량정체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택공사측에 민원 세례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답답하기는 주공도 마찬가지다. 문화재 발굴조사가 끝나기 전 까지는 흙 한삽 떠낼 수 없기 때문이다. 주공측은 "가급적 올 상반기에 착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공약(空約)만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05년 6월 지구지정된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일대 17만여평의 관양택지개발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화재 발굴 초기조사단계인 지표조사만 마친 뒤 지난 1월 실시계획 승인을 받아 주택공사가 오는 6월 문화재 시굴조사 용역발주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방향조차 못잡고 있다.

매장 문화재 시굴 및 발굴조사를 맡아 줄 용역기관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주공 경기본부 한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 용역 입찰공고를 내도 사실상 응찰하는 조사기관이 없어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바꿔 조사기관을 찾고 있지만 용역을 맡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정도로 모셔오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토지공사가 시행하는 화성 청계지구 25만여평의 사업지구도 지난 2003년 7월 지구지정 이후 2005년 12월 실시계획 승인을 받고 조성공사에 나섰으나 현재 공정률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2004년 5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문화재 지표조사를 마친 이 택지지구는 대상사업지중 절반이 넘는 15만여평이 시굴 및 발굴조사 구역으로 지정돼 지난 2006년 9월 시굴조사를 시작해 지난달 작업을 겨우 마친 상태다.

하지만 문화재 조사요원들이 시굴조사 결과 구체적인 발굴작업이 필요하다고 일부 구역을 지정, 조만간 발굴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언제 끝날지는 조사요원들이 발굴조사에 들어간뒤에도 어림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공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경기남부지역에서 진행중인 토지공사가 시행하는 10개 지구와 주택공사가 시행하는 29개 택지지구 모두가 기약 없는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 조사요원들의 눈치만을 살피며 하루빨리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