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방자치 10년은 민원서비스의 질적 향상, 행정정보 공개 및 투명화 등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선심성 과대사업과 비리사건 등 한계점도 분명히 드러냈다.
이에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서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제도개혁의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지방자치에 대한 제도개혁 과제를 짚어본다.

●지방자치단체=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여전히 “제대로 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겉모습은 지방자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직원 한명을 늘리려 해도 행자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웬만한 개발계획은 자치단체 단독으로 추진할 수도 없다. 특히 재정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는 국고보조금에 매여 사사건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 지방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참여정부 들어 다양한 분권과제가 추진중이나 지금까지 이양된 국가사무가 대부분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 지방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이에대해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은 “지방분권특별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지방분권과제를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조속히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의 권력남용에 따른 비리와 선심성 사업 그리고 자치단체간의 갈등 등에 대한 감시와 조정기능 강화도 시급한 과제이다.

우선 자치단체장의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주민소송제, 주민감사청구제 등 주민에 의한 직접감시와 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자치단체간 분쟁에 대해서는 유명무실한 분쟁조정기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함께 열악한 재정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국비의 지방세 전환, 새로운 형태의 지방세 신설 등 안정적 세원확보 대책도 절실하다.

●지방의회=이번 경인일보 설문조사에서 지방의회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지방의원의 능력 및 자질부족을 꼽았다.
그러나 현행 우리의 지방의회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자질문제를 비단 의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현행 지방의회제도의 문제점으로 크게 지방의회의 대표성과 전문성 저하, 전문의원의 의정보좌기능 취약,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부재 등을 들 수 있다. 이에대한 보완책으로 현재 지방의원 보좌관제, 지방의회 공무원의 인사권 독립이 대두되고 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올해부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입법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하는 등 제도개선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완전한 유급제와 보좌관제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지방의원수의 축소, 선거제도의 개선, 재정여건 개선 등의 선결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선거법 개정=지방자치 10년을 맞아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배제와 3선 연임제한 폐지 등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오히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까지 도입되는 등 책임정치가 강화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87조 1항에는 '지자체장의 계속 연임은 3회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단체장의 4선을 금지하는 이 조항에 대한 개정 시도는 수차례 있은 국회에서 번번이 거부돼 왔다.

수원시장 출신인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은 지난해 11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최근 정개특위에서 지방의원의 정원축소와 정당공천제 유지 방향으로 논의가 굳어지자 단식에 돌입하는 등 지방자치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
이와함께 행정체계 개편 논의도 정치권의 핵심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현행 16개 광역시도와 234개 시·군·구로 짜여진 행정체계를 통폐합해 30만~100만명 정도의 광역자치단체 50~70개로 개편하자는 논의다.

이번 경인일보 여론조사에서도 행정체계 축소에 대한 찬성 의견이 60%에 이르는 등 정치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향후 행정체계 개편논의는 시기조절의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대해 김광남 성결대 강사는 “날로 치열해지는 국가경쟁력을 고려할때 현 행정체계는 중복, 낭비, 비효율성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안목에서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김학석·송명훈·이성철 paper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