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죽어가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 미시적 목적 뿐 아니라 국토(도시) 전체의 균형성장을 위한 거시적 목적도 내포돼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은 수도권에서 '뉴타운', '도시재생' 등의 명목으로 추진된 지 불과 2~3년밖에 안된다. 최근들어 건설교통부 등 중앙정부도 도시재생 사업단을 구성하는 등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렇다보니 도시재생 각 프로세스마다 난제가 도사리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상태다.
또 서울시의 은평뉴타운과 같이 도시개발법에 의해 추진되는 신도시 사업을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으로 오인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해 '공익성'과 '사업성'이란 양면성에서 커다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경인일보 부설연구원인 경인발전연구원(원장·노춘희)은 초보 단계인 도시재생 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도시재생-교과서를 만들자'는 테마로 언론, 관, 학계, 건설업체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도시재생의 핵심 의제'들을 도출해 내는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그 첫 토론회가 지난 8일 수원 소재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제들이 도출됐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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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춘희 원장= 일명 뉴타운으로 통하는 재정비촉진사업을 비롯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봇물터지듯 시작되고 있지만 이에대한 전문지식과 경험부족 등의 이유로 많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이제 도시재생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 문제로 귀착되는 시대적 당위입니다. 경인발전연구원은 도시재생의 성공을 위해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과제들을 뽑아내고 이에대한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주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교육이 절실하다고 보고 주민과 현장 실무자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 교과서를 제작, 가이드라인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날 회의를 시발점으로 각 과제별로 보다 정밀한 의제들을 설정하고 이에대한 해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우선 도시재생에서 무엇이 가장 큰 과제인지, 각 분야별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제무 교수=도심재생을 왜 해야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지, 정책목표가 뚜렷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거문화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원주민들의 정착률이 높아야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재개발·재건축의 원주민 정착률은 22~25%밖에 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원주민을 쫓고 하는 도시재생 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상업지역 개발을 위한 도시재생도 그렇습니다. 국제업무단지나 인터내셔널비즈니스센터 등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업집적시설이 집중배치돼야하지만 그곳에 아파트도 들어가고 상당히 혼란스런 형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도시 전체의 마스터플랜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도시가 앞으로 20년 후에 어떤 공간이될 지, 스카이라인, 건물높이, 토지이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그때 그때 점(占)개발되고 있다는 겁니다. 예측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마스터플랜이 절실합니다. 또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지면 실행계획들이 그에 맞게 짜여져야 합니다. 시장이 바뀔때마다 개발계획이 바뀌거나 민원의 압력에 못이겨 원칙이 무너져서는 안됩니다.
△이지형 단장=경기도에서 뉴타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해당 시장·군수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어떤 시는 뉴타운 사업으로 가기 위해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억누르고 광역개발 의지를 다지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뉴타운사업이 점개발로 인한 피해를 막기위한 광역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시장·군수의 의지가 그만큼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물론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뉴타운이라는 용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법적 용어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에 의한 도시재정비촉진사업이고,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이 올바른 표현이지만 뉴타운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 일단은 그대로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열쇠는 재원입니다. 한개 지구당 토지비를 뺀 기반시설 조성비가 최소 500억~6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연 자치단체가 이를 감당할 수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정부지원이 절실하지만 건교부도 돈이 없다고 하니 난감합니다. 성남시의 경우 2천억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 이를 대비하고 있지만 나머지 시군들은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와함께 주민과의 갈등을 푸는 것도 큰 숙제입니다. 도촉법은 계획 수립단계에서 주민참여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어 갈등이 커질 공산이 큽니다.
△박화영 팀장=점개발의 문제를 막고 '선계획-후개발'원칙을 세우자는 의미에서 제정된 법이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인데, 과연 입법취지가 달성됐는지 의문입니다. 이 법은 50만 이상 도시의 경우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선계획-후개발'의 기능을 발휘하기보다는 지역내 재개발·재건축 대상지구만을 나열함으로써 오히려 정비사업의 과열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 이같은 도정법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도촉법 역시 기존 도정법에 의한 개별사업들을 억제하지 못해 광역개발이라는 당초 목표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법 체계를 따를 경우 그동안 진행해 왔던 조합의 개발계획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어 주민들의 민원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와함께 도시재생 사업에서 꼭 유념해야 할 것은 공공성 강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관의 입장에서는 일단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사업성이 떨어지면 사업자체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 경우 계획을 위한 계획인지 진정 주민을 위한 계획인지를 다시한번 곱씹게 합니다. 도시재생사업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사업이고, 관은 이를 도와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사업성 혹은 수익성은 도시재생 사업과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정탁 부장=도시재생 사업은 궁극적으로 주민이 결정하는 겁니다. 아무리 계획을 잘 수립해도 주민이 못하겠다면 그만입니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도 없습니다.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결국 민간의 자발적 사업을 유도하기 위해 도정법이나 도촉법이 생긴 것이니까요. 따라서 사업성 확보는 도시재생 사업의 전제조건입니다. 이것을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됩니다. 부담금을 더 내면서까지 도시재생 사업을 하라고 하면 어떤 주민이 환영하겠습니까.
주민의 관점에서 사업을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어 촉진하고, 반대로 개발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그 이득을 일부 환수할 수 있는 능동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리모델링 사업도 앞으로 도시재생의 대안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아파트 단지들을 기존 재개발·재건축처럼 부수고 새로 지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규모 평형대의 아파트 단지일수록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세대통합형 리모델링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현재 남아도는 임대아파트를 도시재생 사업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희준 사장=기계적인 사업계획이 문제입니다. 각 지구의 특성과 주민들의 형편 등을 고려한 형평성있는 개발이 돼야 하는데 지금의 체계에서는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사업성이 높은 지역은 기반시설을 많이 확보하게 하고 사업성이 낮아 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용적률을 높여줘야 합니다. 지금처럼 주변 여건을 무시한채 용적률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하나 걱정되는 것은 촉진계획 수립이후 개별사업이 진행될때 민영개발과 공영개발을 사이에 두고 주민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일단 공영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너무 부정적입니다. 도시재정비 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주민홍보가 절실합니다.
△박화영=공영개발 하면 '택지개발-토지수용'의 공식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즉 주공이나 토공이 개발을 하면 땅을 빼앗기고 아파트 브랜드 가치도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정말 주민홍보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주민이주대책을 치밀하게 세워야 합니다. 자칫 경기도내 대도시들이 한꺼번에 도시재생사업을 벌일때 전월세 대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아도는 임대주택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노춘희=많은 분들이 교육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일단 사업을 조정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해야하는 공무원들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교육이 필요하고 주민에대한 홍보대책도 절실한 듯 합니다.
△이지형=경기도는 경기지방공사를 통해 뉴타운 대상지역에 대한 순회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총 각 지구별 총괄계획가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홍보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제무=국토관리계획법에 의한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등과 도시재생사업이 충돌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을 토대로 추진하다보니 전체 도시의 체계를 잡는 도시기본계획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칫 도시가 기형화될 수 있는 소지도 높습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법률로 추진하지만 도시재생도 전체적인 도시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이 두 계획을 조정하는 기능이 우선 마련돼야 합니다.
△한정탁=두 가지 계획이 연계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도시재생의 마스터플랜이 도시기본계획과 맞물려 가야 한다는 지적인것 같습니다. 좋은 지적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덧붙여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기반시설을 지방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경기도의 도시재생도 이 같은 콘셉트로 추진돼야 합니다.
△원제무=앞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공성과 사업성이 상충될 때 주민들의 입장에서 계획돼야 한다는 말씀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너무 주민들 중심으로 계획되면 공공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공공성과 사업성이 상충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단지별로 개발밀도를 차등화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열악한 도시재생지구에는 시정부에서 인프라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마구잡이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어느 지구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인프라를 지원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우선 설정돼야 할 것입니다.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는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드러나는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고, 인·허가를 촉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관주도형으로 추진되다 보니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과정이 미약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초기단계부터 관과 민이 의견수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피드백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도시재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면 상당한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측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도시가 쾌적해지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개발 이후의 정보를 주어야 합니다. 개발후의 기대차익에 대한 홍보만 할 경우 주민들의 지나친 욕구로 인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선 마스터플랜, 후 도시재생'이 이뤄질 경우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김희준=오는 9월부터 도입되는 분양가 상한제도 사업성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신도시의 경우 토지를 매입해 정비하고, 새로운 주택을 짓기 때문에 개발이익의 산출이 가능하므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 즉 주민들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도입시 실질적으로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업체들이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익폭도 좁고,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민참여 개발사업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무리이고, 대신 형평성에 맞는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노춘희=분양가상한제를 도시재생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는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논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또 도시재생 사업에 노령화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아이템이 도입돼야 합니다. 오늘 나온 과제들을 좀더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겠습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