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재벌총수가 폭력 등 혐의로 일선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이광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소명은 어느 정도 됐다고 보이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수사기록에 의하면 피의자들은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공범이나 증인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더 조사하려는 사실 관계의 내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변경된 사정만으로 이러한 증거인멸의 염려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등 사용 폭행ㆍ흉기 등 사용 상해ㆍ공동 감금ㆍ공동 폭행ㆍ공동 상해, 그리고 형법상 업무방해 등 6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영장청구시 이들 혐의를 그대로 적용했다.
사건 당일 김 회장과 동행했던 진모 경호과장도 이날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26쪽에 걸쳐 작성한 구속영장에서 "피의자는 막강한 재력과 영향력으로 일반인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피의자는 사회적 책임을 지기는 커녕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사적인 보복을 위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또 "피의자는 회사 직원과 외부세력을 사병처럼 동원해 사적 보복을 감행,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무력하게 했으며 `규범에 대한 신뢰'라는 사회적 법익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영장신청 사유로 "김 회장이 도주의 우려는 없지만 말바꾸기와 말맞추기 등의 모습을 보여왔고, 기각시 그를 보호하려는 조직적 증거인멸이 시도되는 상황에서는 폭력조직의 가담여부 등을 신속히 수사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3월8일 차남(22)이 서울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북창동 S클럽 종업원 윤모(34)씨 일행과 시비가 붙어 상처를 입자, 경호원과 사택 경비용역업체 직원 등 다수의 인력을 동원해 S클럽 종업원 4명을 차에 태워 청계산으로 끌고가 쇠 파이프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차남을 직접 때린 윤씨를 찾으러 경호원 등과 함께 북창동 S클럽에 찾아가 클럽 조모(41)사장의 뺨을 때리고, 아들에게 윤씨를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11일 오후 11시께 영장이 발부된 뒤 12일 오전 0시30분께 남대문서 유치장에 수감됐으며 유치장에 들어가기 직전 심정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할 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김 회장은 유치장 2층 7호실, 진 과장은 6호실에 각각 분리 수감됐다.
장희곤 남대문서 서장은 "범죄 행위의 상당성,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사유를 법원이 받아 들였다고 생각한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 김 회장을 최대 열흘간 유치장에 수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