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확정된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도 따지고 보면 운이 좋았다. 유치에 혼신해온 안상수 인천광역시장과 신용석 아시안게임유치위원장 등 유치관계자들이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운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애당초부터 인도의 델리가 우리의 상대가 된 것부터가 행운이었다. 여러 건의 국제대회를 유치해 놓은 인도로서는 아시안게임까지 넘본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겉으로는 내각이 전폭지지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재정난 등을 들어 체육부 장관까지 유치에 반대할 정도로 국내적으로도 그리 녹녹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아차린 '현명한 NOC(국가올림픽위원회)위원'들이 델리가 내놓은 '사탕'에 눈을 돌릴 리 없었다. 운 좋게도 중국의 견제도 한몫 했다.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새로운 경쟁상대는 인도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보이지 않는 인도 견제가 우리의 표심에 힘이 됐다. 우리의 상대가 인도가 아닌 제3국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애초부터 인천은 길조를 안고 경쟁을 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운만 믿고 소극적인 유치전을 벌였다면 우린 분명 '승리의 환호'를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인천의 승리는 정부의 뒷짐속에서도 시장과 유치위원장, 지역 국회의원, 시의회, 기업인, 시민사회단체까지 운세에만 기대지 않고 끝까지 뛴 결과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뒷얘기이지만 기업인들이 막판 판세 변화의 숨은 공로자라고 한다. 어찌됐든 인천은 아시안게임 유치처럼 어떤 목표를 정하면 대개 그렇게 돼 가고 있고, 각종 난제들도 술술 풀리고 있으니 분명 운이 트인 도시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에서 인천을 빼곤 일이 되지 않았다. 인천의 운세는 태생적이란 생각이 든다. 역사적 배경도 그렇고 최근 상황도 그렇다. 아마 탁 트인 최근의 인천 운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비롯된 듯하다. 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모든 물류의 중심지가 돼 가고 있고, 외국자본의 통로가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제자유구역 지정도 인천이 먼저 됐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정부가 인천보다 부산이나 광양을 먼저 지정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불 보듯 뻔하다. 아직 완성품은 아니지만 3개 지역의 경제자유구역 중에서 그나마 인천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아시안게임 유치의 성공은 '세계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으로서는 수조원의 예산지원보다도 더 큰 성과라는 평가다. 세계속에 인천의 위상을 높이고,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고사성어처럼 2014년 인천의 도시모습은 우리들 자신도 모르게 국제도시로 변하게 돼 있다. 각종 도시기반시설의 확충은 물론이고 체육 및 문화시설의 확대, 도시의 재생을 통해 변화된 모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될 것이 분명하다. 성공적인 개최만 한다면 세계 10대도시의 반열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예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실패를 했을 때는 빚더미에 앉는 도시가 된다. 자칫하다가는 세계명품도시가 아니라 '파산도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린 지금 축배나 들고, 벌써 고개를 든 자리다툼(?)을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유치한 지 한 달쯤 됐으니 이제 축제무드는 접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겠다. 그동안 유치를 위해 혹 남발했던 계획이 있다면 다시금 점검하고 현실에 맞게 새로 짜야한다. 또 도시재생과 경기장 건설은 물론이고, 도시의 시스템도 차근차근 국제도시에 맞게 변신해야 한다.
당장 내후년 앞으로 다가온 세계도시엑스포부터 성공을 시켜야겠다. 성공적인 아시안게임 개최의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와 변신이다. 40억 아시아인이 한마음 되는 축제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제다. 이제 다시 하나로 뭉쳐 인천의 힘을 또 한번 보여줘야 할 때다. 인천의 미래를 운세에만 기댈 수는 없지 않은가.
/김 은 환(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