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나 평양 등 북녘 땅을 처음 밟은 사람들이 다시 휴전선을 넘어올때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이 있다.

"색이 다르다."

남쪽의 푸른 숲을 새삼 실감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북쪽의 숲이 망가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통일의 숲'은 부족한 푸른 빛을 나누어 주고자 한다. 그것은 자연에 돌려주는 빛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새기는 빛이기도 하다. 그래서 '통일의 숲'은 단순한 녹화사업이 아니라 통일의 꿈을 심는 사업이다.

◇DMZ의 숨통=엄밀하게 따지면 비무장지대(DMZ) 바로 밑의 민간인통제지역에 도라산역과 평화공원, '통일의 숲'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도라산역은 그 어떤 안보관광지보다 분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경의선 열차의 종착역이고 출입국사무소도 한 편에 끼고 있다. 출입국사무소 만큼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체제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연상물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정작 도라산역을 찾은 사람들은 갈 곳은 없다. 역사 안에서 잠시 머물다 타고왔던 열차를 다시 타고 돌아갈 수 있을 뿐, 민간인의 역사밖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숨막히는 분단의 현실이 다시한번 턱밑으로 차고 올라오는 기분이다.

평화공원과 '통일의 숲'이 DMZ의 숨통을 자처하고 나선 것도 이런 문제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분단의 아픔을 잠시 부려 놓는 곳, 세대를 초월한 통일의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곳, 푸른 숲의 싱그러움이 다음 세대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곳이 '통일의 숲'이다.

◇'5천원의 힘!'= 통일의 숲은 국가가 만든 것이 아니다. 경기도가 만드는 것도, 파주시가 만드는 것도 아니다. 오직 시민의 기부로 만들어지는 숲이다. 이른바 '녹색기부'다. 꼭 돈만 받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나무를 기부해도 된다. 공사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린 나무들, 밀식(密植)으로 솎아내야할 나무들, 그 모든 생명있는 나무들을 '통일의 숲'은 환영한다. 지금 자리에서는 별 볼일 없는 나무들이지만 어울려 숲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통일의 숲'이 지향하는 가치다.

기부금의 최소단위를 5천원으로 한 것도 더 많은 시민들의 정성을 모아보자는 취지다. 가족단위로, 학급단위로, 혹은 마을단위로 참여하는 것도 환영한다. 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녹색기부는 기업에게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환원 경로가 될 것이다.

◇경의선에 실어보내는 희망= 경의선 개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열차를 가로막았던 물리적 장애는 이제 사라진 것이다. 경의선의 개통에 즈음해서 남북 교류 활성화를 낙관할 수 있는 기분좋은 조짐들로 도라산역이 분주하다. 북측에서 모래를 한 가득 퍼담은 대형 덤프트럭들의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지고 역 바로 옆에는 대규모 열차 검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늘어날 교역량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머지않아 북으로 넘어가는 물자들이, 그리고 남으로 내려오는 자재들이 검수시설 야적장을 가득 채울 것이다.

물건들의 이동과 함께 사람들의 왕래도 부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공원과 '통일의 숲'은 남에서 북으로, 그리고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 될 것이다. 직접 교역에 참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통일을 예감하며 도라산역을 찾은 일반 시민들에게 훌륭한 휴식공간이 될 것이다.

경기녹지재단 김덕영 대표이사는 "우리에게 통일은 아버지 세대만의 외사랑도 아니고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부채도 아니다"면서 "지금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희망이고 그 희망의 한복판에 통일의 숲을 일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