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내각제 수준의 권력이양 용의' 발언 이후 물 밑에서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여권의 개헌논의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껏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정·부통령제 도입과 4년 중임제만 절대적인 개헌방향으로 인식되고 소수 의견을 찾기 힘들었지만,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내각제도개헌론이 '새 메뉴'로 추가된 모습이다.

현 시점에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노 대통령이 말한대로 '연정'이 성사되고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선거제도까지 도입될 경우 국정운영에 내각제 형식이 전면 도입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각제식의 국정운영이 어느정도 국민의 호응을 얻는다면 향후 개헌논의는 자연스럽게 내각제 중심으로 진행될 공산이 커진다. 내각제 선호론은 특히 당 중진 사이에 어느정도 확산되어 있다.
문희상 의장의 경우 개헌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적은 없지만, 향후 개헌논의가 착수될 경우 내각제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의장은 지난 5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어차피 논의가 시작되면 대통령제일 경우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제라든가 이원집정부제, 분권형대통령제도 모두 테이블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당의 차기 대권주자 진영에서도 내각제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상대적으로 당내 지지기반보다 대중적 인기가높지 않은 일부 진영에서는 대통령제와 함께 내각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제 하에서는 당내 기반이 튼튼한 계파의 수장이 국정운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잠룡' 중에서는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내각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까지는 대선에서 우리당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전제로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차기 대선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돼 내각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것 같다”며 “한나라당도 대선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내각제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