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무늬'를 본다며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구덩이를 파고 땅속에 들어갔던 60대 남자가 흙더미가 무너지며 매몰돼 참변을 당했다.

지난 27일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A아파트 건설현장 구덩이에서 이모(62)씨와 김모(48)씨가 기(氣)를 찾아보겠다며 땅을 파던 중 경사면 흙이 무너져 매몰돼 이씨가 숨지고 김씨가 부상했다.

부상당한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이씨와는 서울에서 풍수지리 연구원 회원으로 이씨가 '우리 동네 땅속에서 기가 흐른다. 함께 구덩이를 파서 확인해보자'고 해 구덩이에 들어갔었다"며 "기를 확인할 수 있는 땅의 문양이 확실치 않아 삽으로 경사면을 더 파는 순간 흙더미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씨를 구조한 굴착기 운전사 강모(48)씨는 "김씨 등이 '땅속에서 기가 흐른다. 기를 받아 보겠다'며 3 깊이 이상으로 땅을 파달라고 해 굴착기로 구덩이를 팠고, 인근 현장에서 덤프트럭에 흙을 실어주고 10분 뒤 돌아와 보니 김씨가 가슴까지 흙에 묻혀 있었고 이씨는 온몸이 파묻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이씨는 지난 20일부터 땅속 기를 확인하겠다며 2~3차례 A아파트 현장소장에게 구덩이를 파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날 하청업체를 통해 구덩이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아파트 공사현장 관계자들을 불러 업무상 과실여부를 조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