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에 대한 시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95년 지방자치제가 전면 재시행 된 이후 선심·정실 행정으로 인한 예산낭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제도적 개선과 시민단체와 언론의 강력한 견제로 지자체의 무분별한 예산낭비 사례가 많이 줄기는 했다. 특히 주민소환제가 실시되면서, 초호화 해외연수를 강행한 서울시 구청장들이 소환 위협에 직면하는 등 단체장들이 예산을 제 호주머니 돈처럼 쓰는 일은 점점 힘들어질 전망이니 다행이다.

하지만 의식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숙하고 면피에 급급한 행정으로 인한 예산낭비는 여전하니 문제다. 용역을 남발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경인일보가 보도한 성남시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한꺼번에 묶어 발주해야 할 용역을 관계 공무원이 필요에 따라 분산 발주한다든지, 행정에 반영되지 않아 발주할 필요가 없었던 용역을 습관적으로 발주하는 일 모두 미숙한 행정, 면피성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자치단체의 행정을 눈여겨 보면 책임소재가 뒤따를 사안에 대해서는 용역부터 발주하고 보는 풍조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같은 사례가 성남시만의 일은 아니다. 굳이 용역남발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자체의 방심과 안목의 부재로 빚어진 예산집행 왜곡사례는 부지기수다. 최근 하남시가 정체해소를 위해 개설한 도로에 대해 준공처리를 해줬다가, 뒤늦게 기존도로와의 선형불일치가 문제가 되자 또 다시 혈세로 이를 수정할 계획을 세운 것도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최근에 세계도자비엔날레 예산을 삭감했다가 그 성과가 대단하자 이제 매년 개최하자고 나선 경기도의 경우도 안목부재의 행정을 보여준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막고 쓸 데에 제대로 써야 주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안쓸 데와 쓸 데를 가리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는 단체장의 위민의식과 지방공무원들의 소신행정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예전 처럼 혈세를 사적으로 꺼내쓰는 일이 줄었다고는 해도, 행정 마인드 부재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지 않고서는 혈세의 누수를 방지하기 힘들다. 감사원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주먹구구식 예산운영을 집중 감사중이다. 감사시 이런 지적을 염두에 두고 자치단체 예산을 들여다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