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 적자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받은 배당금을 대거 해외로 송금한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마저 축소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19억3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2월 24억4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10년여만에 가장 큰 수치다.

   올 들어 경상수지는 1월 4억3천만달러 적자를 시작으로 2월에 4억달러의 흑자로 잠시 전환했지만 3월에 16천4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후 4월에는 적자폭이 3억달러 이상 확대됐다.

   올해 4개월 중 3개월 동안 적자를 기록하면서 4월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35억9천만달러로 늘어 작년 같은 기간 누적적자 27억3천만달러에 비해 8억6천만달러 악화됐다.

   한은 정삼용 국제수지 팀장은 "3월과 4월에 대외배당금 지급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됐었다"며 "경상수지 상반기 20억달러 적자, 연간 20억달러 흑자 전망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5월과 6월에는 배당금 지급과 같은 불규칙 요인이 없어지면서 한자릿수 (억달러 단위)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품수지는 흑자폭이 크게 줄면서 경상수지 악화의 한 원인이 됐다.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설비 및 수송 장비 수입증가 등으로 흑자폭이 전월보다 6억5천만달러 줄어든 17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2, 3월에 월 20억달러를 크게 상회했던 상품수지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정 팀장은 "수출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반도체 장비 및 항공기 장비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상품수지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는 특허권 사용료와 사업서비스 지급이 줄어들면서 적자규모가 전월보다 2억4천만달러 줄어든 14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소득수지는 12월 결산법인의 대외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적자규모가 전월과 비슷한 20억달러를 나타냈다.

   3~4월 소득수지 적자폭은 40억9천만달러로 사상최대 수준이었다.

   경상이전수지는 적자폭이 2억달러로 다소 줄어들었다.

   자본수지는 증권투자수지를 중심으로 36억6천만달러 유입초과였다.

   사상 최대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던 은행들의 해외차입은 당국 통제 영향으로 3월 85억달러에서 4월 17억달러로 급감했다.

   다만 한은은 문제가 됐던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의 해외 차입이 크게 줄지 않은 가운데 국내 은행들이 순상환으로 돌아서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같은 시점에 외국인의 채권투자액은 3월 3억6천만달러에서 4월 50억4천만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즉 국내 은행들이 해외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단기외화차입을 상환한 것으로 추정돼 외화차입 과잉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계절조정 경상수지는 4억4천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