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결산 때가 되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쓰지 못한 예산을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하거나 명시이월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의회 박덕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는 무려 7천여억원의 예산을 사장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사업목적상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추진이 지지부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예산을 쓰지 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7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지 못했다는 것은 예산편성이나 집행과정에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지역발전을 위해 얼마를 세수로 잡아서, 어디에 얼마를 투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즉, 세입과 세출의 적정성이 결여된다면 그만큼 주먹구구식의 편성과 집행이 이뤄졌음을 반증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예산의 7%에 이르는 금액이 사장됐다면 타 시·도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큰 것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자치단체마다 예산 확보를 위해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어렵사리 확보한 재원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행정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경기도의 지난 한해 살림살이는 도세 징수액과 국비보조액 등을 합쳐 10조15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90%인 9조35억원을 지출하고, 무려 7천86억원을 순세계잉여금으로 처리했으며 나머지 2천894억원은 제때 쓰지 못했다고 한다. 웬만한 시·군의 3년치 예산에 이르는 금액이다. 보조금을 달라고 아우성치던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어찌 아쉬움이 남지 않겠는가. 경기도는 지난해 도세 징수액이 당초 목표보다 5천742억원이나 더 걷혔다고 말한다. 결혼이 늘고,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주택 거래가 활발했다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돼 세금이 안 걷힌다는 말이 경기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예산편성 당국이 이마저도 예측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수입과 지출의 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방세에 대한 징수추계와 국고보조금의 확보예측 등을 통해 예산을 이렇게나 많이 쓰지 못하고 남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입·세출의 차이를 최대한 좁혀나가는 것이 도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예·결산을 다루는 의회의 이번 지적은 적절한 일이며 집행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빈틈없이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