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왕표(인천본사 경제부장)
요즘 인터넷 경인일보를 검색하다 보면 재밌는 현상과 마주하게 된다. '송도'자만 들어가면 인기검색기사 상위를 차지한다. 올 들어 이런 현상이 간간이 눈에 띄기 시작했으나 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코오롱 더 프라우 오피스텔 분양 광풍이 불어 닥친 지난 3월12일을 기점으로 더욱 심해지고 공고해지고 있다.

'송도'가 들어가는 기사가 서너 개 쯤 되는 날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다. 송도 부동산 기사는 그날 실린 모든 기사를 제치고 무조건 1위를 차지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무조건' 1위다. 재밌는 현상은 부동산과 관련 없는 기사들도 '송도'만 들어가면 인기 검색기사 5위안에는 꼭 든다.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에 수도권, 부산 경남, 광주 전남은 말할 것도 없고 제주에서도 580여건이 접수됐으며 멀리 울릉도에서도 청약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인천·경기에서 발행되는 신문인데다 송도 관련 뉴스에서 만큼은 전국지보다 앞선 경인일보의 인터넷판 조회수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전국에서 '송도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네티즌들이 매일 조회하기 때문이다.

경제를 담당하는 데스크로서 즐겁지만은 않다. 오히려 씁쓸함이 앞선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만들어진 송도국제도시와 청라, 영종 경제자유구역이 어느 순간부터 전국 투기꾼의 주요 투기장으로 떠올랐다.

이는 인천의 구성원들에게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은 물론 구도심 재생사업 등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투기자본의 속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돈을 보고 모여 들었다가 기대 이익이 실현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그때 인천에 남는 것은 허망함뿐이다. 개발이 가져다 준 이익은 대다수 외지인과 인천의 일부 투기꾼이 깡그리 챙겨가고 그들을 먼 산 바라보듯 쳐다만 봐야 하는 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것은 '당신들의 천국'이지 결코 '우리들의 천국'이 될 수 없다.

어찌 할 것인가.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에서 발행하는 황해문화 여름호(6월1일 발행)는 시의적절하게 눈 맑은 이들을 내세워 이 같은 문제를 깊이있게 고민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한국도시연구소장)는 "인천이 가야 할 길은 '장소의 번영'이 아니라 '사람의 번영'이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제자유, 경쟁, 중심, 허브, 자본, 부동산, 개발, 투자유치, 세계 최고빌딩, 투자약정서 등과 같은 도시개발에 관한 코드 대신 일상, 상생, 분산, 네트워크, 정신, 문화, 보전, 인간적 교감, 삶터, 시민적 합의 등과 같은 도시발전에 관한 코드를 사용해야 한다"며 도시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를 권한다.

이인석 인천상의 부회장은 "도시의 생명력은 도시민들로부터 나온다"며 "지금부터는 공간정책을 진정한 삶의 질 제고에 맞춰야 한다"고 인천시의 정책변화를 희망한다.

홍덕률 대구대 교수는 그의 고향 인천이 "문화와 삶의 질, 시민 중심성과 창조적 문화에서 앞서가는 21세기형 창조적 세계도시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컨벤션센터도 좋고, 센트럴 파크도 좋고, 151층 초고층 빌딩도 다 좋다. 그러나 송도국제도시에 도서관이나 미술관을 짓겠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과 세계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국제수준의 도서관을 먼저 송도국제도시에 짓기를 나는 희망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