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전여옥 대변인이 문희상 열린우리당의장의 기자간담회와 관련, 논평하고 있다.〈연합〉
YS(김영삼 전대통령) 정부에 이어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에서도 불법 도청이 있었다는 국가정보원 발표 이후 정치권이 극심한 혼돈에 빠져든 가운데 여야는 7일 발표 배경과 진상규명 방법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제기된 국정원의 불법도청 의혹사건 파장이 확산일로로 치달으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 여부가 향후 정국 주도권을 가늠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문희상 의장이 직접 나서 정치적 음모론을 차단하며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불법 도청이 현정부 출범 이후까지 지속됐을 가능성을 거듭 거론하며 특검도입은 물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발표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리당 문 의장은 7일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X파일 사건은) 5·16쿠데타이후 지속된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음습한 모든 비리의 종합결정판이며 정·재·언론계의 추악한 뒷거래가 본질”이라고 규정한 뒤 “국정원 발표의 순수한 취지를 호도해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정파간의 이간질에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불법 도청의 원조인 한나라당이 (DJ정부 당시의 불법도청에 대한) 정치공세를 통해 자신들의 죄과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라며 “(한나라당은) 국민과 역사앞에 사죄하고 진실규명에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당 문병호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를 검토할 '제3의 검증기구' 활동기한을 최장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초안을 9일 고위 당정협의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더많은 X파일을 여는 게 아니라 국가권력이 중대범죄를 저지른 데 대한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공할 만한 빅 브라더의 존재가 과연 이 노무현 참여정부에는 없는 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도청 진상규명 및 완전 척결을 위해 특검 도입 뿐만아니라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다”면서 “국정원 예산을 어떻게 썼는 지 결산심사에서 철저히 짚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사찰 기능을 없애고 해외정보 및 안보관련 정보수집에 집중토록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태희 원내 수석부대표도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이 투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권을 발동, 전임 정부와 현 정부의 도청 의혹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문 의장의 기자간담회와 관련한 논평을 내고 “국정원의 발표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참여정부의 공격이며, 이번 (국정원 발표) 조치가 '노무현판 역사 바로세우기'의 시발점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에 대한 폄훼 움직임에 대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권은 8일 도청테이프 특검관련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갖고 특검의 조사범위 등에 대해 의견조율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