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김진수(33) 씨는 미국 유학시절 비싼 책값 때문에 용돈조차 아껴써야 했다.
웬만한 전공서적도 30~40 달러는 보통이고, 비싸면 50 달러도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책값이 미국보다 더 비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은 양장본과 함께 대중보급용 서적인 페이퍼백(문고판)도 함께 출판되지만 우리나라는 천편일률적으로 반양장본만 출시돼 값싼 책을 사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 출판시장이 20~30대 여성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감성적 시각 효과를 강조한 양장본 책들의 출판 비율마저 높아지면서 책값은 한층 더 부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4일 수원 L서점의 베스트셀러 20권 중 6권은 양장본이었고 14권은 반양장본이었다.
책값 부풀리기는 번역서에서 극에 달했다. 1권짜리 책이 2권 이상으로 분책(分冊)되면서 현지보다 더 비싸게 책값이 형성되는 것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인 ‘마이 라이프'의 페이퍼백 현지 가격은 1만6천원 선이었지만 국내에서는 2권으로 분책돼 각각 1만6천500원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이는 전공서적도 마찬가지다. 사회과학도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옥중수고’도 미국에서는 1만4천원이면 충분했지만 국내 출산사는 상, 하로 나눠 3만4천원에 가격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해당 출판사 관계자들은 "우리말은 띄어쓰기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번역서의 분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대희 씨는 “번역서가 분량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 10~20% 이상을 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책에도 성형하는 나라"라며 "최소한 책값이 책 전체를 복사하는 것보다는 싸야 불법복사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