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쪽짜리 '경부운하 보고서'를 유출한 수자원공사 간부와 결혼정보업체 대표는 어떤 관계이고, 왜 문건을 주고 받았나. 또 무슨 목적으로 언론에 넘겼을까.

경찰은 일단 이들의 친분관계로 설명했으나 대선 정국에 미칠 폭발력을 감안하면 생뚱한 구석이 많아 논란은 여전하다.

보고서 유출자인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 김모(55)씨는 정부 태스크포스(TF)의 핵심인 수자원공사 조사기획팀을 지휘하는 위치다.

그는 "37쪽 보고서를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 함께 다니는 결혼정보업체 P사 대표 김모(40)씨가 '경부운하에 관심이 많다'고 해 지난달 28일 학교에서 보고서를 넘겨줬다"고 했다. 하지만 "P사 대표 김씨와는 특별한 관계는 아니며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수공 기술본부장 김씨는 37쪽 보고서의 작성자를 '수자원공사'에서 'TF'로 고친 것으로 드러나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가 단순히 친분 관계때문에 보고서를 넘겼다는 진술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는 지난달 28일 수공 기술본부장 김씨에게 넘겨받은 보고서를 즉각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했다.

그는 "6월 1일이나 그 이전에 호텔 커피숍에서 평소 친분있던 기자에게 넘겨줬다. 그 기자도 경부운하에 관심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씨와 기자 사이의 친분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다만 37쪽 보고서를 첫 보도한 언론사는 P사의 홍보기사를 다룬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P사는 2001년 강남구 청담동에 설립됐으며 직원수 30명에 자본금 5억원, 매출액 20억원의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P사는 소규모이지만 상류층을 겨냥, 정계 및 대기업그룹 계열사 자제 및 유학파만을 대상으로 결혼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보고서 유출 및 언론보도 경위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친분관계로 언론에 보고서가 전달됐다는데는 경찰도 의구심이 많다"며 "일단 수공 본부장과 언론사 기자와는 안면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씨가 특정 정당 또는 대선캠프 등에 관여가 됐는지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며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됐다면 김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