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되었던 일이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최근 주한미군 반환 기지중 하나인 화성 매향리 사격장의 납성분 초과량이 기준치의 34배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향리 사격장의 경우 육지·섬·갯벌의 중금속 및 지하수오염도가 매우 심각하다. 이미 매향리는 국내 공장지대보다 더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번에 그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정부가 조사한 38개 기지의 환경실태도 유사하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국내 환경기준의 수백배를 넘는다. 발암물질·벤젠·중금속 오염 수치도 높다.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를 미군이 정화하지 않은 결과다.

사실 중금속 오염은 암을 유발하며, 인체에도 매우 유해하다. 정화도 더 어렵다. 그리고 매향리처럼 불발탄이 산재해있는 상태에서는 조사와 정화에도 몇 배의 위험이 따른다. 반환된 미군기지의 토양 정화에 수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만약 현재의 매향리를 미국 환경법에 따라 조사하는 경우 더 심각한 오염실태가 나올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국의 국내법보다 훨씬 약한 한국법을 지키지 않고, 그에 따른 의무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예산을 이유로 매향리 사격장의 환경오염조사 기간연장과 조사지역을 확대하자는 의견을 묵살했던 국방부의 태도다. 대표적인 오염사례인 기름유출사고의 경우 양국 정부가 공식 논의한 것은 20건에 불과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 큰 국익을 지켜야 한다면서 제대로 된 항의조차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환된 24개 미군기지에 대한 실태조사나 환경오염 치유를 위한 정부의 계획수립과 마스터플랜이 있을 리 없다. 실태가 부정확하다보니 미군기지의 토양정화 비용도 정부가 추산한 것과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액수에 차이가 나고 있다. 누가 옳은가 하는 주장은 다른 나라의 미군부대가 떠난 이후 상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미 필리핀의 경우 막대한 예산과 장시간이 필요한 특성 때문에 미군이 떠난 지역은 죽음의 땅으로 남겨져 있다. 현재로서는 반환된 주한미군기지를 국내법에 맞게 정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환 미군기지를 죽음의 땅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현재의 미군기지에 대한 추가오염방지와 향후 반환협상에서 기준을 달리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