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경인일보가 '지방의원 유급화 1년'을 맞아 시의원과 기초의원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3일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드러났다. <관련기사 3면>
설문에 응답한 기초의원 78명 중 무려 41명이 '의원직을 스스로 그만 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란 질문에 '있었다'고 답했다. 시의원 33명 중 의장을 제외한 32명의 응답자 가운데에선 3분의1이 넘는 12명이 '그만 두고 싶은 적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그 이유로 '정당의 지나친 간섭'과 '유권자들의 지나친 민원제기', '경제적 어려움' 등을 들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실감했다는 얘기다.
기초의원 2명 중 1명이, 시의원 3명 중 1명 꼴로 '의원직을 내던지고 싶을 정도'로 의정활동에 불만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어두운 지방자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지방의원 정당공천 배제 등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유권자의 정치불신과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지방의원들이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그만 두고 싶어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치 수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는 눈길 끄는 조사결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정당에 종속돼 있는 지방의회의 현실과 이로 인해 동반되는 줄서기 등의 문제점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회창 동구의회 전문위원은 "그만 두고 싶을 정도로 회의를 느끼는 의원이 많다는 것은 우리 지방자치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열정을 갖고 뭔가 해 보고 싶어 의회에 진출했는데, 정작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하루 빨리 이런 현실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방자치 정착은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의원 32명 중 단 2명만이 현재 지급되는 의정활동비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기초의원은 80명 중 고작 3명만이 '만족' 또는 '매우 만족'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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