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문 아들인 L사 B(40) 상무가 같은 회사 아버지 A(75) 회장의 농지를 증여(경인일보 6월 29일자 1면 보도)받은 과정에 의혹이 생기고 있다.

B 상무는 '지난해 6월경부터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의왕시 농지담당 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의왕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B상무는 지난해 5월 23일 증여받을 농지에 자신과 부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작성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지 소재지 담당 기관에 농업경영계획서를 내도록 정하고 있다. 농업경영계획서에는 농지면적, 농업에 필요한 노동력 및 장비, 소유농지의 이용 실태 등이 포함돼야 한다.

농지를 취득하는 사람은 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첨부해 등기를 신청해야 소유권이전이 가능하다. B상무는 이 절차에 따라 의왕시농업기술센터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뒤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았고, 3일 뒤인 같은달 26일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 <농지 위치도>

B상무가 의왕시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엔 자신과 부인의 노동력 등을 이용해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기록돼 있으며 '고추' '시설영농(허브)' '시설영농(무순)' '벼농사' 등 작물명까지 필지별로 기재돼 있다.

작물재배계획은 벼농사만 빼고 B 상무가 증여받은 농지에서 14년간 농사를 지어온 이모씨 가족의 현재 농지이용실태와 거의 같다. 또 계획서엔 영농착수시기가 '6월 초·중부터'라고 쓰여있지만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은 이씨 가족이다.

이씨 가족은 "B상무가 단 하루도 농사를 진 적이 없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재벌가문 아들이 농사를 지었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경영계획서가 이렇게 작성된 이유를 묻기 위해 B상무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다만 B상무는 이씨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농업경영계획서가 무슨 문제가 되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