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가문인 L사 A회장이소유하고 있던 의왕시 왕곡동 농지가 증여되는 과정에서 아들인 B상무가 농지임차인에게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말해줄 것'을 부탁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농지증여에 대한 의혹(경인일보 7월 5일자 18면 보도)이 증폭되고 있다.

5일 문제의 농지에서 14년간 농사를 지어온 이모(58·여)씨 가족에 따르면 지난해 5월께 A회장의 둘째아들인 B상무가 이씨를 찾아와 "이곳에서 우리 집안이 농사를 짓는다고 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

이어 며칠 뒤 실제로 3회에 걸쳐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경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씨를 찾아왔고 이씨는 B상무의 부탁대로 "B상무가 농사를 짓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그 중 한 번 정도 재산대리인이라는 박모씨도 함께 왔었고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으므로 B상무가 원하는 대로 대답했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5월은 A회장의 왕곡동 농지 1만2천여㎡가 B상무에게 증여된 시점으로 자경 확인차 방문한 사람들에게 이씨가 증여를 위한 증명을 해준 셈이 됐다.

이씨는 "부탁을 할 땐 공손하더니 이제와서 매몰차게 이 땅에서 나가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A 회장과 임대차 계약을 연장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농지가 아들에게 증여됐는데도 우리에겐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기막혀 했다.

현행 헌법과 농지법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B상무는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증여를 통해 농지를 소유하게 됐다.

한국농촌공사 관계자는 "법은 농지를 구입했든, 증여받았든 농사를 짓는 사람만 소유하도록 하고 있으며 자신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 다른 농민에게 빌려줄 수도 없다"며 "농지법상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면 1년간의 처분의무기간을 두고, 처분하지 않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처분을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영통구의 한 세무사는 "재산규모와 부동산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상속세보다 증여세가 적을 경우 편법증여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산대리인 박씨는 농사를 직접 짓고 있다고 해달라고 부탁한 사유를 묻자 "그런 걸 왜 궁금해 하느냐"며 더이상의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