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철순 (인천본사 정치부장)
최근 경주를 다녀 온 지인의 얘기가 귓가에 맴돈다. 경주가 썰렁해 졌다고 한다. 70·80년대 중·고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경주 수학여행의 추억을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게다.

그만큼 경주는 수학여행 코스의 아성을 자랑했던 최대의 관광지였다. 그런 경주의 관광산업이 위기에 몰렸다. 관광객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70·80년대 연간 13% 이상 관광객이 증가했던 경주는 90년 대 중반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보만도 31점, 보물 81점, 사적 76개, 호텔 17개, 콘도 7개, 대규모의 보문관광단지, 골프장 9개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경주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나비축제로 유명해진 함평(지난해 5월 171만명), 산천어축제(125만명)로 뜬 강원도 화천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경주지역 시민단체 등은 "경주가 특별한 프로그램 개발을 하지 않고 오는 손님만 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개탄한다.

인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는 인천. 다가오는 2009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어떻게 대처하는 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인천은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를 통해 인천의 브랜드와 도시의 미래상을 국내·외에 알리려고 한다. 또 2009년은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인천방문의 해'이기도 하다. 여기에 2014년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지난 2일 인천을 세계일류 명품도시로 건설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러다 보니 최근 인천에서는 '인천 관광활성화'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비롯해 관광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언론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천은 관광자원은 풍부하지만 홍보,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바다와 150여 개의 섬, 개항장 주변의 역사와 문화, 월미관광특구, 외국인 80%가 들어오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송도·영종·청라 등 3개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비즈니스 도시 등은 인천만이 갖고 있는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3일 인천 영종도 호텔에서 있은 한국관광학회 학술심포지엄에서 "인천 관광의 현주소와 관련 무한한 잠재력과 초라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최초 원조라는 도시는 지저분함으로 변했고, 외래관광객 80% 이상이 들어오는 관문은 14%의 방문율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7대 도시 가운데 3대 관광인프라(여행업체, 호텔 등 숙박시설, 관광식당)가 가장 취약하다.

무엇을 갖고 인천으로 관광객을 끌어 올 수 있을까.

그동안 인천은 다른 도시들이 갖지 못한 귀중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으면서 제대로 개발도 못했고, 상품으로 만들지 못했다. 이제서야 무엇을 갖고 있고, 어떻게 보여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천의 100경, 인천관광코스 20선을 선정하고 2009 인천방문의 해에 대비, 관광인프라 구축 등 종합대책을 세웠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인천세계도시엑스포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관람객수는 1천27만명. 인천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 지를 보려고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줘서는 안된다는 게 인천시민이 안고 있는 과제다. 경주의 안일함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 지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최재근 인천관광공사 사장의 말 처럼 관광은 '정(情)을 담아 파는 상품'이다. 인천에 오면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 그래야 또 인천을 찾는다.

/장철순(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