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논현주공아파트 12단지에 살고 있는 주부 장모(36)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왜곡된 교육 현실을 깨닫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곳 12단지는 국민임대아파트이고, 조금 떨어져 있는 8단지는 분양아파트다. 임대 아파트 단지엔 마음에 드는 학원이 없어 아들을 8단지 학원으로 보낸다. 아들은 왜 집에서 먼 학원을 다니는지 아직은 모른다. 또 지금 아들이 다니는 장도초등학교는 오는 9월이면 '없는 애'들만 다니는 학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9월 인근에 논현초등학교가 개교하는데 장도초등학교의 분양아파트 아이들이 대거 옮겨 가는 것이다.

장씨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 입주가 끝나는 주변의 웰카운티 입주 예정자들은 벌써부터 자기 집 아이들은 장도초등학교로 배정받지 않게 해 달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민원은 자식들이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섞여 지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장씨는 보고 있다.

실제로 몇몇 웰카운티 입주 예정자들은 장도초등학교 배정을 피하기 위해 논현초 입학이 가능한 11단지로 위장전입을 하겠다는 말을 입주예정자 대표에게 했다고 한다.

장도초등학교 교사 중엔 유난히 신규 임용교사가 많다. 40명 중 무려 25명이 신규다. 기존 교사 중에 임대아파트 단지에 있는 이 학교 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논현택지개발로 인해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가 블록화하면서 아이들 교육의 깊어지고 있는 빈·부 위화감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시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아이들이 섞여있는 부평의 진산초등학교에선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주공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진모(4학년·가명)양은 "신성아파트(분양)에 사는 친구들이 가끔 '주공에 살면서 왜 까부냐'고 얕잡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기분이 무척이나 나쁘다"면서 "그 친구는 자기 엄마가 주공 사는 애들이랑은 놀지도 말라고 했다고 모욕을 준 적도 있다"고 했다. 진 양은 그 뒤로는 주공에 사는 친구들끼리만 논단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구한 인근학교 교사 김모씨는 "요즘은 체험학습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방학때 잘 사는 집 아이들은 해외로 여행을 갔다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시골에 있는 친척 집을 다녀오는 정도다. 해외여행을 갔다온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자랑하거나 거꾸로 놀리는 경우까지 있어 주의를 준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또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에서도 빈부 차이는 드러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부모들은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가 많기 때문이다. 성적 차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현상을 설명했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빈부간 차별을 경험한 아이들은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마련이고, 이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시기부터 빈부 차이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현행 임대아파트 건설 방식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엔 앞으로 2014년까지 5만호 정도의 국민임대 아파트 건설이 예정돼 있다. 대부분 분양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다.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위화감 심화현상이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 당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와 시교육청, 더 나아가 범 정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