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진산초등학교 옆 구름다리. 공공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사이에 놓인 구름다리 육교는 소득격차가 확연한 두 집단을 잇는 상징적인 의미로 진산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등굣길로 이용되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우리 아이들이 못사는 집 애들과 섞이지 않게 해 주세요'. 오는 2014년까지 국민임대주택 5만호가 인천에 추가로 건설될 예정인 가운데 단지 집단화에 따른 교육적 측면의 각종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특히 국민임대주택과 일반분양아파트가 혼재된 지역의 학군 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꼬리를 물 것으로 보인다.

또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빈부 격차에 따른 그들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임대와 분양 아파트가 한 단지나 동에 혼합배치되는 것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개발사업자에 이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학군 배정 갈등
인천 동부교육청은 최근 논현2지구 학군배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논현2지구 10블록 웰카운티 입주예정자 협의회(888세대)가 임대아파트 단지에 있는 장도초등학교 학군 배정을 철회해 달라는 민원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논현2지구에 입주한 8·11·12·13·14단지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12블록에 위치한 장도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오는 9월 논현초등학교가 개교하면 장도초등학교 전교생 1천92명 중 8·11단지(분양)에 사는 학생 302명이 논현초로 옮길 예정이다. 결국 장도초는 12·14단지 국민임대아파트와 13단지 5년 공공임대아파트에 사는 학생들만 남게 된다. 이에 웰카운티 입주 예정자들이 임대아파트와 섞이기 싫어 민원을 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웰카운티 입주예정자 협의회 엄영숙(46·여) 회장은 "분양신청 당시 논현초로 배정돼 있는데 갑자기 장도초로 바뀐 것에 대해 주민 반발이 시작된 것"이라며 "입주예정자 대부분 과밀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보다 낫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분양 세대에서 임대 세대와 같은 학교에 통합되는 것을 꺼리는 학군배정 갈등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2005년 인천 부평구 삼산1택지지구 내에 임대와 분양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학교 배정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당시 125~201㎡ 규모로 일반분양된 신성미소지움아파트 1천30세대 입주예정자들이 진산초등학교 배정을 반대했던 것이다.

물론 이들도 왕복 6차로 도로 건너편에 있는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에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며, 아파트 한 단지를 건너 있는 영선초등학교 배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52·66㎡의 20년 공공임대아파트인 주공 4단지 학생들이 다니는 곳에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 초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 간에 논쟁이 일기도 했다.

결국 이 민원은 6차로 도로에 육교를 설치하는 것으로 일단락 돼 신성미소지움이 진산초등학교의 통학구역으로 설정됐다.

▶교육 기회 차별
논현주공아파트 단지에 가면 두 가지 모습의 어린이 놀이터를 볼 수 있다. 임대아파트 단지 놀이터는 시험기간에도 노는 아이들로 붐비지만 분양아파트 단지 놀이터는 텅 비어 있다. 임대 단지 아이들은 시험준비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공부를 안하다보니 성적 차이가 나지 않는 탓에 경쟁심리가 실종된 현상이다. 따라서 임대 아파트 주변엔 '실력 있는 학원'이 들어설 리 없다.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괜찮은' 학원에 아이를 보내려면 거리가 좀 멀더라도 분양 아파트 쪽 학원을 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임대아파트 아이들은 베테랑 교사보다는 새내기 교사에게서 배워야 하는 구조적 모순도 안고 있다. 임대아파트 단지내 학교에 기존 교사들이 지원을 하지 않아 교육당국은 어쩔 수 없이 신규 임용 교사를 배치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을 보는 시선에도 차이가 생긴다고 교사들은 털어놓는다.

있는 집이냐 없는 집이냐는 아이들의 옷차림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보는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교육관련 정보가 분양 쪽 사람들에 비해 적다고 말한다. 임대아파트엔 아이들이 있는 젊은 층보다는 노인 계층이 많기 때문이란 것이다.

▶어릴 때부터 끼리끼리 문화 학습
부평구 삼산1택지지구 아이들은 임대와 분양에 따라 각기 논다. 임대와 분양을 갈라 놓고 있는 왕복 6차로 도로를 구름다리로 이어 놓았지만 아이들의 마음까지 하나로 만들지는 못한 것이다. 한 학교 한 교실에서 배우는 친구이지만 분양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임대아파트 아이를 내심 깔보게 되고, 임대아파트 애들은 이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둘이 섞여 지내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놀이터도 다르다. 임대 쪽의 놀이터보다는 분양 단지의 놀이터 시설이 좋기 때문에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분양 쪽 놀이터로 '원정 놀이'를 가기도 한다. 이는 모두 임대아파트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