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나 재난현장에는 꼭 소방관들이 등장한다. 밤낮없이 응급환자들을 119차량으로 이송하는 것도 소방공무원들이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소방관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우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에 비친 종횡무진의 활약상 뒤에는 고달픔이 있는 직종이다. 대다수의 직장에서 주 40시간 근무가 일반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24시간 맞교대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위험한 근무환경 때문에 순직이나 공상자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소방공무원의 연간 평균 순직자는 9.8명, 공상자는 302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만 해도 6명이 순직하고 291명의 소방공무원이 다치거나 질병을 얻었다. 생명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목숨을 바쳐가면서 근무하는 이들의 재난현장 근무가 얼마나 힘든 일인 지 실감할 수 있다. 이같은 원인에는 소방공무원들의 신분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방직으로 전환돼 지방자치단체 총액인건비제도에 묶여 인원보충이 어려운 때문이다. 안양소방서의 경우만 보더라도 최소 200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원은 170명으로 이 가운데에서도 화재진압 등 외근 요원은 110명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하루 근무하고 하루를 쉬는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주당 근무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을 2배나 초과한 84시간이나 된다.

지난 1995년 광역자치단체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이래 2~3급의 본부장을 제외한 2만8천여명의 소방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소방직들은 '의붓자식'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 오히려 국가직인 시도 재난본부장마저도 시도지사가 임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의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소방공무원의 증원보다는 일반 행정직공무원의 채용을 선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열악한 근무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가 나서 소방공무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4시간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본다. 소방공무원의 신분과 직렬을 별도 관리한다든지 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