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가 대규모로 건립되면서 이들 지역에 사회복지 대상자는 크게 늘어나지만 복지체계는 전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대표적 임대아파트 지역으로는 남동구 '논현고잔동'이 꼽힌다. 논현고잔동 600여 세대의 기초생활수급자 중 대다수가 임대아파트에 몰려 있다. 지난 해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논현택지지구 국민임대아파트에만 무려 487세대가 사는 것이다. 이 아파트 입주 시작 전인 작년 3월까지만 해도 110세대에 불과했다고 한다. 임대아파트가 기초생활 수급자 증가의 주된 이유인 셈이다.

▲ 지난 18일 인천시 남동구 한 임대아파트 단지 내 작은 쉼터.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나무그늘 밑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윤문영기자·moono7@kyeongin.com
복지수요는 이처럼 급증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복지 시스템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늘어난 것이라곤 지난 2월 동사무소에 사회복지사 1명이 추가배치된 것이 전부다.

2명에서 3명으로 는 것이다. 3명의 사회복지사로는 수요자의 실태나 요구 등 기초 업무 파악조차 힘들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언감생심 바랄 수도 없다.

동사무소에서 나가는 한 달 복지예산도 3천700여만원에서 2억4천여만원 수준으로 무려 7배에 가깝게 늘었다. 열악한 기초자치단체 예산으로는 더이상의 복지예산 증가를 따라갈 수 없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불우이웃돕기 행사 때는 관내 자생단체에서 모은 물품이나 현금의 배분을 놓고도 골치를 썩는다. 모인 양은 예전과 같은데, 줄 대상자는 터무니없이 늘었기 때문이다. 1명에게 주던 것을 5명에게 쪼개 줘야 하는 양상이다. 자칫 '주고도 욕먹는 꼴'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특히 돈 없는 노인이나 청소년이 갈 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논현주공 1410동 앞.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을 피해 몇몇 할머니들이 나무 그늘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나무가 크지 않아 그늘이 넓지 않았던 탓에 그 그늘 자리로 자꾸 옮겨야 했던 것이다. 박모(80·여)씨는 "낮에 심심한데 갈 곳도 없어서 그늘 따라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복(85)씨도 "취미활동을 하기에 그나마 가까운 곳이 남동구청인데 차비가 부담돼 가기 힘들다"며 "그러다보니 매일 노인정에 30~40명 넘게 몰려 있다"고 했다.

동 관계자도 "고잔동 내에 무료 급식이 필요해도 이를 요청할 만한 복지관 하나 없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는 주택법에 따라 복지관 설립이 의무화됐지만, 국민임대 아파트에는 이같은 강제 사항이 없어 비용이 많이 드는 복지관 건립을 꺼리기 때문이다.

임대단지 내 보안·안전 시설도 분양 단지에 비해 미미하다. 분양아파트인 11단지 입구는 주차 차단기가 가로 막아 리모컨을 가진 주민들만 쉽게 들어갈 수 있고 그 외에는 경비실에 방문객임을 밝혀야 한다. 반면, 임대아파트인 14단지 주 출입구 두 곳에는 진입하는 차량을 관리하는 경비실이 없다. 아무나 손쉽게 출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경사진 바닥 부분 위에도 14단지에만 지붕이 설치돼 겨울철 눈·비 노출로 인한 결빙, 미끄럼을 막을 수 있게 돼 있다. 14단지 임차인협의회 우정성(65) 회장은 "똑같이 대한주택공사에서 만든 곳인데 임대에는 차량 진입 관리나 안전에 허술하게 대응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임대단지의 대규모 집중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이미 영구임대아파트가 대거 입주해 있는 만수 1동에서 드러난 사항이다.

만수1동 사무소는 전체 8천462세대 중 1천170세대가 기초생활수급자. 이 중 788세대가 영구임대아파트에 몰려 있다. 이곳에 한달에 보통 3억7천여만원이 복지부문에 소요되고 있다. 자생단체의 저소득층 돕기 행사의 한계는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동 관계자는 "연말에 자생단체 6곳에서 돈을 모아도 총 200여만원 수준인데 이 돈으로 기초생활수급자만 나눠도 한 세대당 1천·2천원 밖에 될 수 없어 실질적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살다보니 오히려 자활의지가 사라져 빈곤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당국이 새겨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논현고잔동 쪽 추가 임대아파트라고 사회복지사 등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오는 2008년에 입주가 시작되는 논현택지지구 2단지에 3천400여세대, 입주가 진행 중인 5단지에 1천500여세대가 더 몰릴 예정인데 이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

또 이미 북쪽에서 온 새터민 350세대가 사는데다 이들의 유입은 계속될 것이고, 특히 오는 9월에 사할린 동포 350여세대가 주공 5단지 아파트에 대거 입주할 예정이라 복지예산과 시설 부족 등이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