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보니 토지·주택소유자, 임차인(전·월세자 포함), 민간사업자, 공공기관 등 서로 얽히고 설킨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로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의 성공과제중 하나가 이 같은 갈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소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서울시 뉴타운 '갈등'으로 지지부진=경기도 보다 뉴타운 사업이 한발 앞선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3개 지구(길음·은평·왕십리)를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데 이어 2·3차로 23개 뉴타운 사업지구를 발표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은 시범사업 3개 지구와 2차 12개 지구중 가좌지구만이 정상대로 추진되고 있다. 나머지는 지지부진하다.
서울시 뉴타운 총괄계획가(MP)로 참여했던 신중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사업지구내 개발방식이 다양하고, 주체간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신 교수는 "사업초기 지구에서 제척해 달라, 존치지구로 지정해 달라, 우리 집 일대의 용도를 변경해 달라, 우리 아파트 앞으로 도로를 확장해 달라 등의 도시계획 차원부터 건축물 형태, 용적률 및 층수, 디자인 등 세세한 부분까지 끊임없는 문제와 갈등이 제기되는 게 뉴타운 사업"이라고 말했다.
#예상되는 갈등의 유형별 양상=박환용 경원대 교수가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갈등발생 현황을 시행단계별로 분석한 결과, 주민간 갈등이 89건으로 가장 많았고, 민·관간 갈등이 21건, 광역-기초 행정기관간 갈등이 2건 등이었다. 주민간 갈등현황을 보면 조합과 조합원간 갈등이 53건, 조합과 시공사 갈등 20건, 시공사와 시공사간 갈등 12건, 조합과 협력업체간 갈등 4건 순이었다. 민·관간 갈등은 조합과 행정기관간 갈등이 전체 21건중 17건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뉴타운 사업의 개발방식인 재건축·재개발 등은 토지·주택소유자, 임차인, 시공사, 공공기관 등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양상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느냐가 사업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주민참여를 통한 갈등해소=서울시 왕십리 뉴타운은 초기부터 주민참여와 주민의견 수렴만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을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MA(총괄건축설계)팀이 공청회나 설명회 등 형식적인 방식보다는 간소화된 주민간담회 방식으로 추진했다. 또 온라인 공간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오프라인에서 정례브리핑, 주민방문, 설명회, 설문조사, 교육프로그램 등을 계획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특히 주민간담회도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계속된 합의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실패 속에서도 꾸준히 전개, 그룹핑을 통한 간담회와 주민들이 원하는 전문가를 포함시킨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약 7개월만에 개발기본계획안을 내놓았다. 주민참여와 갈등해소의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공적인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재준 협성대 도시건축공학부 교수는 "갈등 해소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사업에 참여시키고, 그들의 전제없는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동안 많은 협의회가 구성됐지만 갈등을 조정하지 못해 중도하차했고, 현재 시화호 용도를 두고 추진해 온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그 나마 성공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지자체, 시민단체, MP·MA, 개발사업 시행사, 주민대표기구(의회), 일반 지역주민 등이 모두 참여하는 '뉴타운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전제없는 논의를 통한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가져가며, 이 합의내용을 행정력에서 담보해 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