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에 외제차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께 김포시 인근에 위치한 외제차 매장에 트레이닝복에 흙 묻은 운동화를 신은 40대 중반의 남자가 들어섰다. 진열돼 있는 수입차를 둘러보던 남자가 BMW760li의 바퀴를 발로 건드리며 물었다. "이차 얼마나 해요." 가뜩이나 이 남자가 맘에 안들어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직원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비싸요. 2억이 넘어요." 주머니를 뒤적여 수표를 한움큼 꺼낸 남자가 말했다. "이 차 김포 장기동으로 갖다 주세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인천의 한 외제차 매장 직원이 허탈해하며 한 얘기다. 신도시가 개발되고 양촌산업단지와 양곡, 마송택지개발, 민간 사업자들의 활발한 도시개발 사업으로 200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조원이 넘는 돈이 김포에 풀렸다. 돈이 풀리면 유흥가가 번창하고 도박으로 몇억을 날렸느니 하는 소문이 돌게 되는게 개발지역의 일반적인 상황이지만 김포는 조금 다르다. 유흥가도 전과 다름없고 도박도 성행하지 않고 있다. 그대신 고급 외제차 바람이 불고 있다. 벤츠, BMW, 볼보, 아우디 등 시가 1억원은 가볍게 넘어가는 외제차들이 경쟁적으로 김포의 거리를 누비고 있다.

지난 7월말을 기준으로 김포에 등록된 외제차는 747대. 토지보상금이 지급되기 전인 2005년초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차적을 서울로 해놓거나 렌터카, 임시넘버로 운행되는 차를 포함하면 1천대는 훌쩍 넘어선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런데 김포에 있는 외제차 매장에선 차가 생각처럼 많이 팔리지 않는다. 서울이나 인천 등에서 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의 논현동 수입차 센터에서 차를 구입했다는 김모(37)씨는 "왜 김포에서 차를 사느냐"고 되물었다. 서울로 가면 다양한 차종을 구경하고 대우도 제대로 받으면서 맘에 쏙 드는 차를 살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차량등록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년 사이에 외제차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김포신도시에 토지가 수용돼 100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았다는 박모(63)씨는 "나는 그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는데 자식들은 차 산다, 뭐 한다하며 잘도 쓰더라"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