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이 논란을 빚고 있다. 준공된 지 1개월밖에 안된 하수처리장들이 적정 처리규모를 넘어선 유입량 때문에 제구실을 못하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진 때문이다. 일부 하수처리장의 경우 용량보다 최고 5배나 많은 하수량이 유입되면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고 한다. 당장 기존 정화조로 하수관로를 연결해야 할 처지에 놓인 해당 지역 주민들은 '수십억원을 쏟아 부은 사업이 왜 이리도 엉성하게 추진됐는지 궁금할 정도'라며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광주시는 사업비 52억원을 들여 중부면과 남종면 일대 검복리(1일 처리용량 100)와 불당리(80)·오전리(100)·엄미리(180)·검천리(130) 등 5곳에 소규모 하수종말처리장을 건립, 지난달 9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 처리장 가운데 검복리와 불당리·엄미리 등 3곳의 경우 기존에 설계된 하수처리 용량보다 최고 5배나 많은 하수량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설계 당시 유입하수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29㎎/ℓ로 예측됐으나 현재 300~700㎎/ℓ에 이르고 있어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자 시는 임시방편으로 하수처리장마다 수거차량을 동원해 넘치는 하수를 인근 경안하수처리장으로 퍼나르는 코미디 행정을 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당분간 해당지역 주민들이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 하수관로를 기존 정화조로 다시 연결해 사용하도록 해 줄 것을 요청, 비난을 사고 있다.

하수처리장 사업 추진과정에서 물량예측을 잘못한 것은 물론 이를 알고도 시정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실제 시공사측 관계자는 유입량이 늘어나면 수질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도 남한산성 입장료징수가 폐지된데다 행락성수기를 맞아 계곡에 있는 음식점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하수량이 덩달아 늘었으며 기본설계때는 이런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이 이처럼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당장 하수량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팔당수질오염을 막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당연히 '왜 이지경이 됐는지'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만약 광주시가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은 물론 더 큰 불행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