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밤 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의왕 화장품케이스제조업체 W산업은 세척용 시너 등 인화성물질과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플라스틱 용기 등이 가득해 화재위험이 상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W산업에 설치된 소화기 2대와 자동화재탐지설비 15대 등 소화장비는 순식간에 번진 대형화재에는 무용지물이었으며, 섣부른 자체진화와 고령의 여성작업자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화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인화성물질 넘쳐도 소화장비는 부실
 10일 의왕소방서와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난 W산업 작업장은 245㎡ 규모로 중앙에코팅가열기 2대가 놓여 있고 주변에는 플라스틱 화장품을 담은 박스가 상당수 쌓여 있는 구조였다.

 또 작업장 주변에는 코팅된 화장품케이스를 씻는 시너 등 인화성물질을 담은 용기도 가득했다.

 의왕소방서 관계자는 "코팅가열기에서 불티가 튀어 세척용 시너 등에서 나온 유증기에 옮겨붙으며 폭발,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화인을 추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갑작스런 폭발 및 화재사고로 천장에 설치돼 열을 감지하는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쓸모가 없었고, 연쇄폭발로 급속히 불이 번지고 플라스틱 용기 등에서 유독가스가 뿜어져 대형 인명피해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산업에는 소화기 2대와 자동화재탐지설비 15대가 설치돼 있었으며, 소규모 업체라 2005년 11월 정기안전점검을 통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왕소방서는 이에 대해 "W산업의 내부 면적이 245㎡라 소방법상 소화기와 화재탐지기가 설치되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며 "또 스프링클러는 5천㎡이상 건물에 적용돼 W산업에는 필수 소화장비가 아니다"고 말했다.

 W산업이 입주한 3층짜리 공장건물은 1996년 준공됐으며 영세업체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해 화재당시 소방차 진입도 여의치 않았다고 의왕소방서는 전했다.

 ◇유독가스 넘치며 고령자들 피해..자체진화하려다 화 키워
 박형순(61.여)씨 등 사망자 6명과 임옥희(54.여)씨 등 부상자 2명은 출입로쪽이아닌 창문쪽에서 작업을 했고, 이들은 화장품케이스를 코팅가열기에 넣고 가열기에서 코팅된 화장품케이스를 시너 등으로 세척하는 단순업무를 했다.

 코팅가열기 폭발로 화재가 발생하자 박씨 등은 본능적으로 창문을 향해 몰려들었지만 유독가스가 넘쳐 4명은 현장에서 질식사하고 2명은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다 숨졌다.

 의왕소방서는 "작업자들이 출입로쪽이 화재 및 유독가스로 봉쇄되자 창문쪽으로피하다 결국 질식사 및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게다가 모두 50-70대의 고령이라 대피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이 나자 공장장 송모(35)씨가 소화기로 자체 진화하려다 실패한 뒤 다른 가열기가 연쇄폭발하자 뒤늦게 119에 신고한 점도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의왕소방소 관계자는 "부상한 안봉순(64.여)씨도 공장에 함께 있었지만 구조된 점으로 미뤄 신고만 빨리 됐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찰은 전기.가스안전공사와 함께 공장장 등 회사관계자와 부상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는 한편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망자들의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