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숲, 공원과 같은 공공녹지 조성 및 관리는 일반적으로 정부가 주도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시민이라는 이용자와 정부라는 관리자가 명확히 양분돼 있을 경우 시민들의 숲에 대한 관심은 반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과 꾸준한 관심은 기업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해소될 수 있다. 해외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최근들어 지정기탁 등을 통해 민간이 공공녹지 조성에 참여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순수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업의 지정기탁을 통해 탄생한 '아름다운 공원'
지난달말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 옛 삼덕제지(현 삼정펄프) 안양공장 부지를 자연형 근린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는 삼정펄프 전재준(84) 회장이 기증한 땅 1만6천8㎡와 시유지 및 사유지를 포함, 총 1만9천376㎡ 규모의 부지에 녹지공간과 분수, 연못, 피크닉장, 어린이놀이터, 수변무대 등 문화·휴식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사업비 129억5천만원을 확보해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사유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전 회장의 호의를 기리기 위해 공원 명칭을 '삼덕근린공원'으로 정하고 그의 흉상을 제작해 공원에 설치하는 한편 그의 뜻에 따라 옛 삼덕제지 공장 굴뚝을 상징적인 조형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삼덕근린공원' 조성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삼정펄프 전 회장이 지난 2003년 7월 삼덕제지 안양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당시 시가 300억원대의 땅을 안양시에 기증하면서 부터다.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역내 공장 부지를 선뜻 공원터로 내놓는 일이 부의 사회 환원과 환경사랑의 정신에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만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설 차례
올해로 부산에 3천300만㎡ 규모의 숲 공원을 만들어보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된지 7년이 됐다. 지난 2001년 5월 시민의 힘으로 녹지공원을 만들어보자며 탄생한 '100만평 문화공원 조성 범시민협의회'는 부산시 강서구 서낙동강 유역 둔치도와 그 주변 3천300만㎡를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지금까지 시민 성금으로 땅을 매입해 공유재산으로 보전키로 하고 월 회비 2천원씩을 내는 풀씨회원을 모집하고 '공원 1평 갖기'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은 한 계좌에 10만원을 기부하면 공원 3.3㎡의 기부자 명의에 기록된다.

그 결과 3천500명이 기금모금에 동참했고 여기에 5억원의 은행대출을 보태 4만4천200㎡의 공원용 부지를 매입했다.

또 2004년도말에는 3만3천㎡의 토지를 부산시에 기부하는 대신 공원의 도시계획을 세워줄 것과 우선적으로 9만9천㎡의 공원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했다.

실제 이들은 2005년말 약속에 조금 못 미치는 2만5천㎡의 땅을 시에 무상기증했으며 시도 2006년 4월 기증 토지와 주변지역을 합쳐 4만7천㎡를 도시계획상 근린공원으로 지정했다.

이같은 사례는 시민들이 나서 공공녹지 확보에 나선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