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공기업 개혁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대통령의 지시로 힘이 실려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주도의 개혁이 지난 2001년부터 자율 개혁체제로 전환되면서 개혁분위기가 이완되고 도덕적 해이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대적인 감사에 나선 것이다.

 ▲공기업 부실·방만경영 실태=부실경영의 대표적 케이스로는 토지공사가 꼽혔다. 토지공사는 수도권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성원가를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해 막대한 이득이 발생하자 분식회계를 통해 수익을 줄였으며 특히 3조~4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운영하면서 사실상 자회사인 5개 기업에 변칙투자해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PF사업이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프로젝트회사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선진부동산 금융기법으로, 토공은 투자관련 장관 승인 요건을 피하기 위해 출자지분을 20% 미만으로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공은 금융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100억원 가량의 손실도 봤다.

 주택공사는 부당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에 100억원을 부당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해 항암버섯 사업에 151억원을 투자했다가 73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200억원을 출자해 11개 자회사를 신설했으나 부실경영으로 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공기업들의 과도한 임금지급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회사의 회장겸 사장은 연봉 12억원, 산업은행 총재는 연봉 8억원, 나아가 모 공기업 하위직의 경우 중앙부처 1급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감사초점과 전망=감사원은 제도개선과 직무·비리감찰, 이 두 과제를 중심축으로 공기업 감사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감사는 내년 말까지 총 3단계로 진행되며 금융·건설공기업 47개에 대해서는 10일부터, 정부산하기관 82개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부터, 지방공기업 97개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각각 감사가 시작된다.
 감사원은 우선 이번 감사를 통해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을 막기 위해 공기업 유형별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정립키로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왜 공기업이 공공택지 공급을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부동산붐'에 편승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대한 '상시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해 범죄발생 사실과 수의계약 정보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이사회 회의록 등도 감사원에 실시간으로 통보될 수 있도록 감사원법을 개정키로 했다.
 경영진 평가도 정기적으로 실시해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공기업 감사와 관련한 청와대 지시설에 대해 감사원은 “공기업 감사의 필요성은 대통령께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그 필요성이 맞아 떨어질 경우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