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소(小)지형변화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중부권 신당인 '국민중심당(가칭)'이 창당을 공식 선언하고, 본격적인 창당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 신호탄이 됐다. 창당 선언 하루만인 20일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먼저 운을 뗐다. 그는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개인이 연대해서 정치의 틀을 다시 짜는 결단을 내릴 때”라며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기득권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면서 고집스레 열린우리당과의 합당 논의를 거부해 온 그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언급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또 “실용주의 정치를 실천할 모든 정치세력이 규합했으면 한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신당 창당선언 직전 신당의 실질적 오너격인 심대평 충남지사와 회동을 가졌다. 때문에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심 지사와의 사전 조율에 따른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대표의 간담회가 있은 직후 신당의 공동 창당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국환 의원이 “민주당과의 당대 당 통합 논의도 가능하다”고 화답하고 나섰다.
 신 위원장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고운기의 아침저널'에 출연, 민주당과의 당대 당 통합 논의 가능성에 대해 “국민이 당이 이렇게 많아서 되겠느냐, 비슷하면 차라리 힘을 합쳐서 하라고 바란다면 그것도 따라야죠”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창당선언 직후 회견에서는 '민주당과의 지방선거 연합공천' 가능성을언급한 바 있다. 점점 더 연대 논의의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가 불과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군소정당들의 이 같은 연대바람은 정치권에 '제3세력'의 출현을 몰고 오면서 정체상태인 기존 정치권을 흔들어놓는 메가톤급 태풍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보인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내 대선 후보들의 세규합과 은근한 신경전 등 물밑움직임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 제3세력 연대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대선후보 선호 여론조사에서 현재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 건 전 총리의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고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할 경우, 어떤 당을 업고 가야 할지를 가장 먼저고민해야 하고, 이미 후보군이 들어차 있는 기존 정당보다는 제3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호남과 충청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민주당과 신당, 자민련의 결합, 여기에 신국환 의원외에 추가 영남 세력이 합류할 경우, 제3세력은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면서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막판 곡절을 겪은 바 있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고 전 총리에게 각별한 호감을 표시한 것도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지금같은 상황에서 여든 야든 고 전 총리 같은분을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 전 총리같은 분이 (대통령을) 하면 나라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