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4일 김종빈 전 검찰총장 후임에 정상명 대검 차장을 내정함에 따라 사시 17회 동기들의 거취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그간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총장의 원활한 지휘권 행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이유로 현직에 있는 사시 선배나 동기들이 사표를 내는 '조직문화'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일반적으로 검찰 조직이 안정적인 상태였을 때 유효할 뿐 김종빈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사직에서 비롯된 비상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키도록 강제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김종빈 전 총장이 임기 2년 중 6개월 밖에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상황에서 고위직의 대거 사직으로 한바탕 '물갈이' 인사가 몰아친다면 조직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이들 검사의 논리다.

 정상명 차장이 총장 내정 직후 안대희 서울고검장과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임승관 부산고검장, 유성수 의정부지검장, 이기배 수원지검장 등 동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검찰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의식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후배 검사들도 사시 17회 출신의 고검장과 지검장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검찰이 안정될 수 있도록 자리를 지켜달라”며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사시 17회 고위직들도 곧바로 사표를 던지지 않고 거취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대희 고검장과 이종백 검사장 등은 이날 하루 가급적 외부인들과 접촉을 끊고어떤 선택이 검찰을 위해 바람직한 길인가 등에 대해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7회 출신들이 일시에 물러난다면 현재 진행중인 중요 사건 수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용퇴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여러 부서에서 '안기부·국정원 도청'과 '두산그룹 비리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조만간 결말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검장이 조기에 교체되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들 고위 인사들은 사표를 내지 않는 것이 후배 검사들에게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쳐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상명 내정자가 다음 달 중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정식 임명될 때까지 기간에 이들 고위직의 거취문제가 결론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