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를 이용해 시장과 공무원들을 욕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일을 못하게 하는 시위는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경기도 수원시가 시청 앞에서 노숙하며 1년 반이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주공아파트 철거민들이 확성기로 시장을 욕하고 노동가요를 크게 트는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화서주공 2단지 아파트 세입자 가족 8세대 주민 15명은 지난해 1월 재건축으로 아파트가 철거된 뒤 거리로 나앉게 되자 2월 초부터 시청 정문 앞 인도에 천막을 치고 노숙하며 '시청은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고 5일 현재 592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파트 주인들이 만든 재건축조합이 집을 내주지 않는 세입자들을 명도소송을 통해 강제로 퇴거시켰고 500만원도 안 되는 보증금도 소송비로 날려 갈 곳이 없게 되자 '시유지 등에 주거지를 마련해달라'고 시청에 요구했다.

   그러나 시청이 '민간아파트 재건축문제에 시가 개입해 보상하거나 이주지를 마련해 줄 수 없으니 법적으로 해결하라'며 거부하자 이들은 연일 확성기로 시장과 시청을 비난하거나 대형 앰프로 노동가요를 틀며 시청을 압박해오고 있다.

   인도를 점령한 철거민들의 천막을 걷어내려고 몇 차례 물리력을 동원했다 더 큰 저항에 부딪쳤던 시는 이후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확성기 소리를 참아가며 1년 반을 참고 지내다 결국 지난 6월28일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화서주공 철거민 대책위원장 등 7명 뿐 아니라 지난해 6월부터 이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천천주공 철거민 8명도 소송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시청이 신청한 금지행위 항목은 천막설치, 확성기를 이용해 욕하는 행위, 청사 출입, 청사 내 시위, 취사, 노숙행위, 공무원 비방하는 현수막 게재 및 유인물 배포 등 7가지.

   시 관계자는 "과천시청 앞에서 2년간 확성기 등을 이용해 집회를 해온 과천주공 3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과천시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6월 법원으로부터 집회금지 결정을 받았다"며 "수원시도 같은 경우라 법원에서 금지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가처분 신청사건은 현재 2차 심리까지 마치고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으며, 화서주공 및 천천주공 철거민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수원지법 앞에서 수원시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