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 방향을 둘러싼 여야간의 '기싸움'이 심상치 않다.
 국회는 지난 1일부터 상임위 별로 새해 예산안 심의에 착수했으나 8조9천억원의 삭감을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정부 원안을 고수하는 우리당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어서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예산안 심의를 자당의 감세 정책을 현실화하는 무대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우리당은 감세정책의 허점을 철저히 파고들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어 여야간의 치열한 논리공방도 예상된다.
 여야 모두 회기내(12월2일) 처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지각처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은 편이다.

 ●野 '8조9천억 삭감' 대 與 '원안 고수' =한나라당은 정부가 제출한 세출 예산안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며 모두 8조9천억원의 대폭적인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찮아도 장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과도한 세부담을 지울게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메우라는 논리다.

 한나라당이 우선 삭감을 공언하는 대상은 ▲지방교부금 감액 1조9천억 ▲인건비,경상경비, 선택적 복지예산 등 정부의 '고통분담' 1조원 ▲주요 국책사업비 10% 절감 2조2천억원 ▲최저가낙찰제 사업 확대 2조원 ▲예비비 감액 8천억원 ▲각종 위원회 예산 및 혁신·홍보 등 문제사업 예산 1조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정부 원안보다 오히려 늘리거나 적어도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당 예결위 관계자는 “정부 원안에서 한푼도 깎을 수 없다”며 “오히려 서민·빈곤층을 지원하려면 예산을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이라고 지적하고 “한나라당이 감세를 주장하려면 재원확보 대책까지 분명히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법안소위원장 자리 '신경전'=국회 예결특위는 기존 예산안심사(계수조정)소위와 결산안심사소위 외에 법안심사소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세와 복지 등 예산과 직결되는 주요 법안은 예결위 차원에서도 심의에 관여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를 다룰 소위를 설치하겠다는 것. 그러나 어느 당이 위원장 자리에 앉느냐는를 놓고 여야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현재 예산안심사소위원장은 강봉균(열린우리당)예결위원장이, 결산안심사소위원장은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각각 맡고 있다.

 우리당은 법안심사소위원장이 여당 몫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산안심사소위원장이 여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통상 예결위원장이 당연직으로 예산안심사소위원장을 겸임하는게 관행에 따른 것이어서 이를 여당 몫으로 계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이 3개 소위원장 자리중 2개를 가져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예결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심사소위원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려다가 여야가 이견을 빚던 끝에 회의를 막판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