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 드럼통과 쇠파이프 등 고철들로 세워진 높이 12m 무게 250t의 고철탑(사진 왼쪽)이 있었지만 현재는 붕괴위험과 잇따르는 민원으로 고철탑이 허물어져 있다. /김종택기자·jongtaek@kyeongin.com
'고철탑 부활하나'. '명물이냐, 흉물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의 고철탑(경인일보 3월 26일자 18면 보도)이 몇 달 전 탑을 쌓아올린 김모(78) 노인의 손에 의해 해체됐다. 김 노인은 주위의 우려가 쏟아지자 스스로 탑을 허물었지만 다시금 새로운 고철탑을 쌓아 올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난 9일 오후 1시에 찾은 구운동사무소 뒤쪽 김 노인이 임차한 땅에 높이가 12m나 됐던 거대한 고철탑의 모습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탑이 있던 자리 아랫부분에 2m 정도 쌓인 고철더미만이 이곳에 전국의 포토그래퍼들을 불러모았던 고철탑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김 노인이 철문 앞에 써 놓았던 '유심히 보는 사람은 건강은 물론 많은 생각을 얻어가는 철탑'이란 글귀도 탑과 함께 사라졌다. 구운동사무소 관계자는 "붕괴위험이 있어 위험하고, 환경상 좋지 않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 3월말 김 노인이 스스로 철거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임차한 땅 한 켠에 놓인 조그만 컨테이너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김 노인은 "철거한 고철은 모두 팔았고 이제 새로운 탑을 다시 올리려고 고철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노인이 구상하는 새로운 고철탑은 이전과 똑같이 빈 캔, 철근, 폐자전거, 쇠파이프 등 온갖 고철이 재료지만 5층 건물 높이였던 이전 탑보다 작은 2~3층 규모다. 약 2층 높이까지는 고철을 쌓고 그 위에 고철로 비행기 모형을 만들어 올리는 게 그의 야심찬 계획이다.

김 노인은 "날개, 프로펠러 등 각 부분을 어떤 고철로 만들지는 이미 다 생각해놨다"며 "근데 요즘엔 버려진 고철이 별로 없어 완성하려면 몇 달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