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의 필수요건으로 전자여권제 도입을 내걸고 있어 내년 7월 새 전자여권 발급에 따른 수요 폭주로 여권대란이 우려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여권 접수기관 확대와 인터넷 접수 예약제 시행 등으로 전자여권 발급의 적체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여권발급 방식이 사진 부착식에서 컴퓨터로 사진을 스캔하는 `전사식'으로 바뀌면서 업무처리 용량이 뒷받침되지 않아 여권대란이 초래된 적이 있었던 터라 외교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 제2의 여권대란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 전자여권 수요 급증 = 한국은 내년 중 미국의 VWP에 가입하기 위해 미국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가 순조롭게 VWP에 가입되면 우리 국민은 90일간 무비자로 미국을 다녀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미국은 VWP 가입의 필수조건으로 전자여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VWP 가입이 이뤄지면 전자여권을 소지한 사람만 비자없이 미국을 여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여권을 내년 1.4분기 중 외교관과 관용 여권 등에 한해 시범 발급하고 같은 해 7월부터 모든 신규발급 신청자로 확대 발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전자여권 신청자가 내년 7월 일시에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인 것이다.

   여권 신청 절차가 또 바뀌게 되는 점도 여권 발급의 적체를 초래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여권법 개정안은 신청자가 직접 구청 등을 방문, 지문날인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문 등 개인정보가 담긴 전자칩을 여권에 부착하기 위해서다. 지금처럼 여행사 등 대행업체를 통해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작년 여름 여권에 직접 사진을 붙이는 발급 방식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신청서와 사진을 스캔 처리하는 전사식으로 바뀌면서 여권의 신청에서 발급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는 일이 속출, 사회 이슈로 부각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전사식에서 전자식으로 여권 발급 시스템이 다시 바뀌게 되며 여기에 VWP 가입에 따른 전자여권 수요의 급증 예상까지 더해지자 제 2의 여권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외교부 대책 = 외교부는 현재 미국과 비자면제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중이기 때문에 전자여권 소지자만 무비자 단기 입국이 가능하도록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등 기존의 비자면제 혜택 국가들처럼 현재의 사진전사식 여권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미국이 `출입국관리는 고유한 주권 사항'임을 내세워 우리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전자여권 발급 체제를 대폭 개선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외교부는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는 여권 신청접수 업무를 현재의 66개 기관에서 160∼200개 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고 이렇게 되면 전자여권 발급 과정에서 적체 현상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터넷 여권신청 예약 접수제 역시 특정 접수창구에 여권 신청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성능개선을 통해 여권발급기의 처리용량을 현재의 여권 1권당 90초에서 70초로 단축시킬 예정이며 여권 수요가 늘어날 경우에는 24시간 발급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