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오전 춘추관 1층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잇따른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가감없이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11시13분에 춘추관에 들어섰으며, 문재인 비서실장과 전해철 민정수석을 비롯한 비서관급 참모들이 간담회에 배석했다. 윤승용 홍보수석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는 노 대통령이 모두발언 없이 간략하게 인사말을 건넨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40분간 진행됐다.

'청와대 정치공작설'을 주장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청와대가 고소한것과 관련 여야 정치권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해서 범법 행위를 용납하라는 게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며 "정치가 법위에 있지 않고, 따라서 후보도 법 위에 있지 않고 선거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모두가 법에 따라 규제를 받아야 하며 선거전략은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스스로 범여권이라 말하는 통합신당에서도 이상한 논평을 내놓았는데 '정치는 법 위에 있지 않다. 선거에 영향이 있는 일이라고 해서 면책될 수 없다. 그리고 자기들의 대선 승리를 위해 남의 가치를 근거없이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공작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사실은 저와 참여정부의 핵심가치이고, 이 핵심 가치를 아무 근거없이 공격했지 않냐"고 반문하며 "'청와대가 공작해서 선거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근거를 내놓으면 전혀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거가 없으면 그것은 불법적인 선거운동이며,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고소를 한 것이 아니라 저에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한 뒤 "여권에서도 자꾸만 제게 '선거에 별로 도움이 안되니까 그런 고소고발 좀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데 나는 '당신들의 승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원칙이 있는 승리라야 승리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고,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원칙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원칙이 승리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경선후보의 청와대 경선개입 의혹제기에 대해 노 대통령은 "손학규씨도 요새 하는 것 보니까 참여정부, 특히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대통령 차별화' 전략으로 간주하며 "경선 때에 각을 세우고 본선 때에도 각을 세울 것이냐, 그것은 졸렬한 전략이고 필패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평화선언'을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언도 있을 수 있고, 또 이제 협상의 개시도 있을 수 있다. 협상은 종전에서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 아니겠느냐"며 "그것은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 하는 수준이 아니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이미 풀려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며 "말하자면 북핵문제가 풀려가는 과정은 기정사실이고 한 고비 넘어간 고개이고, 이제 다음 고개가 중요하며 그 다음 고개가 바로 평화정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