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수 인천시장이 지난 24일 추석연휴를 맞아 비상근무 중인 인천소방본부를 방문, 비상근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인천시청 제공
인천 시민이 느낀 올해 한가위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다. 일반 시민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자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투자'도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여의치 않았다. 올 추석은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못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무슨 면목으로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있냐는 취업준비생도 있었다.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은 무겁고 지갑과 양손은 가벼운 추석이었다.

계양구 계산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서모(50)씨는 "정부의 규제가 너무 심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며 "거래가 거의 없어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버겁다"고 했다. 서씨는 사무실을 닫고 다른 일을 할까 고민 중이란다. 그는 "선량한 실수요층까지 투기꾼으로 내모는 정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고향을 찾은 윤모(40)씨는 "1억5천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예전에 값이 쌀 때 대출을 받아서라도 사둘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이제는 대출받기도 어려워 엄두가 안난다"고 했다.

인천지역 청년(15~29) 실업률은 지난 2/4분기에 8.2%에 달하는 등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취업준비생인 강모(29·부평구 부개동)씨는 대학 졸업 후 1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고 있다. 강씨는 "추석 때 고향집인 전북 익산에 다녀왔다"며 "'취업했느냐'는 친척들 물음 때문에 곤혹스러운 추석이었다"고 했다. 1년이 넘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권모(25·여)씨는 "아예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다"며 "올해는 어떻게든 빨리 자리를 잡고 싶다"고 희망했다.

시민들은 살림살이가 빠듯하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농협에서 일하는 심모(28·계양구 병방동)씨는 "올해도 다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올해에는 추석 대목은 없었다"고 했다. 주부 박모(51)씨는 "차례상을 차리려고 마트에 들렀다가 (물가가) 너무 비싸 깜짝 놀랐다"며 "시금치 한 단이 4천원을 넘고, 작은 조기 한 마리가 만원이나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추석메시지를 통해 '경제지표들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이번 경기 회복은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서민들이 보기에는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이모(35·연수구 연수동)씨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를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맞벌이를 해도 힘들다. 주식이나 해서 돈 좀 벌어야겠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대선을 앞두고 인천지역 민심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다들 씁쓸함을 느꼈다고 한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추석 연휴에 일하는 공장이 많지 않더라"며 "일감이 없다보니 아예 이달 말까지 9일을 쉬는 공장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재래시장을 다녀보면 (수익이) 작년의 반 밖에 안된다고 한다"고 했다. 한 대선후보의 특보를 맡고 있는 정치인은 "인천은 지역경제가 죽은 것 같다. 서민들은 송도국제도시에 별 관심이 없다"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