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수원시 권선구 탑동 초등학교에서는 꼬맹이들의 가을 체육대회가 열렸다. 비 때문에 이틀이나 연기됐던 체육대회가 열리자 아이들은 한껏 좋아했고 여기저기서 응원의 함성과 즐거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쒜-엑."
고막이 터질듯한 전투기 굉음이 운동장의 모든 함성들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찌푸린 얼굴로 귀를 막고 있거나 하던 일을 중단한채 굉음이 사라질때 만을 기다렸다. 잠시뒤 장병락 교장이 "체육대회 축하비행을 하는 것"이라는 능청스런 방송을 내보낸 뒤에야 행사는 좀 전의 즐거웠던 분위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한 여름에도 창문을 열수 없을 정도죠. 전투기가 뜨면 창문이 흔들리고 귀가 멍해 한 10분동안은 하던 수업을 멈춘채 기다려야 합니다."
수업중 하루에 7~8회씩 전투기가 지나가고 1회당 평균 10분씩 70~80분은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게 장 교장의 설명이다.
장 교장은 "똑같은 능력의 아이들이 똑같은 시간동안 공부하는데 어느지역 아이들만 비행기 소음 때문에 공부를 할수 없다면 이는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며 "대구비행장관련 자료를 보면 비행장 주변 아이들이 여타지역 아이들과 비교해 성적이 평균 2~10점 정도 낮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원비행장 주변에 위치, 전투기 이착륙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학생들은 고색초등학교와 구운중학교, 경기체육고등 71개 학교에 달하고 있다. 실제 이들 학교의 교장들은 지난 20일 수원시의회 비행장이전특위의 초청으로 열린 실태 조사에 각 학교별 피해사례를 쏟아냈다.
잦은 비행에 따른 청력저하로 고학년의 경우 학력저하 현상이 두드러지고 비행기 소음으로 한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수업하면서 냉방비가 다른 학교의 배이상 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사들도 이들 학교의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S초등학교 교장은 "교사들 사이에서 비행기소음으로 성대치료를 받거나 심한 경우 성대 결절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이때문에 교사 대부분이 2년의 의무근무만 마치면 연장근무를 신청하는 경우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결국 비행기 소음으로 인해 베테랑 교사는 떠나고 매번 신규 교사들만 오고 있는데다 이들 마저 의무근무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떠나면서 이지역 학생들은 다른 지역 학생들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원시의회 비행장이전특위 이종필 위원장은 "비행장이전추진에 앞서 우선적으로 이 지역학생들의 학습권침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도교육청등에 이지역 근무 교사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학교 방음시설설치지원등을 요청한 상태"라며 "근본적으로 공군비행장의 이전만이 사태를 해결할수 있다"고 지적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