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게임 '바다이야기'가 철퇴를 맞고 주춤하자 경정장과 경륜장으로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다.

경정·경륜은 베팅이 공인된 경주이지만 본장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장외지점이 설치되면서 큰 돈을 잃는 사례가 빈번해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하남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매주 수·목요일 열리는 경정은 6명의 선수가 모터보트를 타고 1주회 거리 600m의 수면을 6바퀴 돌아 순위를 가리는 것으로 하루 15번의 경주가 진행된다.

경정운영본부에 따르면 경정장을 찾은 사람은 2003년 117만명, 2004년 143만명, 지난해에는 196만명에서 올해는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출액도 시행초기인 2002년에는 1천200여억원에 불과했으나, 2003년 3천200여억원, 2005년에는 4천억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다른 사행사업인 경륜 역시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바다이야기'에 철퇴가 가해지면서 게임 이용자들이 경륜으로 많이 옮겨와 지난해 매출액은 1조7천721억원으로 전년도 1조3천180억원에 비해 5.3% 증가하는 등 입장객과 매출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정과 경륜을 즐긴다는 이모(36·부천시 오장동)씨는 "평소 인터넷 도박을 자주 했는데 작년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수·목요일에는 경정장에서 금·토·일요일에는 경륜장에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윤모(48·하남시 초이동)씨는 "갖고 있던 목돈을 다 날려 대출을 받아 경륜을 하고 있는데 이 돈마저도 거의 다 잃었다"며 "1주일 중 5일을 사행성 게임에 빠져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지만 본전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주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수요일만 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어김없이 경정장으로 향한다"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관계자는 "내수 침체가 이어진데다 접근성이 용이하고 24시간 즐길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바다이야기'가 잠잠한 사이 경정·경륜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경정·경륜 등 사행성 도박이 아닌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는 법률 마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