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일 낮 12시 정각. 평양 모란봉구역의 4·25문화회관 광장. 손을 맞잡은 남북 정상의 인사말은 짧았다.
7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 간 만남은 지난 2000년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깜짝 영접'으로 시작됐다.
노 대통령과 김영남 북측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나란히 무개차에 탄 채 광장에 진입했다. 광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천 명의 평양 시민들은 연분홍색, 보라색, 붉은색 꽃술을 흔들며 환호했다.
광장에는 5분 전부터 김 위원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천천히 차에서 내린 뒤 10 정도를 걸어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남과 북의 정상이 7년여 만에 다시 손을 맞잡는 순간이었다.
이어 두 정상은 문화회관 광장에 깔린 붉은색 카펫을 밟으며 나란히 북한 육·해·공 의장대의 사열을 받았다. 사열을 마친 노 대통령은 북측 전희정 김 위원장 의전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김영일 내각 총리, 강석주 외무성 부상, 박순희 여성동맹위원장을 비롯한 당·정·군 고위인사 21명과 인사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북측 여성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높이 들어 평양 시민들의 환영 함성에 화답했고 시민들의 '만세' 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김 위원장도 남측 공식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두 정상은 낮 12시6분께 나란히 연단에서 북측 의장대의 분열을 지켜본 뒤 평양 시민들의 계속되는 함성에 답례했다. 노 대통령은 계속 손을 흔들었고 두세 발짝 뒤에서 걸어오던 김 위원장도 가끔 박수를 쳤다.
환영인파의 행렬 끝에 도착한 두 정상은 12시11분께 다시 가벼운 악수를 나눈 뒤 각각 전용차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향했고 김 위원장이 탄 차는 노 대통령 반대 쪽으로 사라졌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은 10분여 만에 끝났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인민문화궁전 광장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함께 무지개차에 올라 4·25문화회관까지 15㎞정도 카퍼레이드를 펼쳤다.